일본 식당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1시간 일하면 햄버거 두 개를 겨우 구입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물가 대비 급여 수준은 이보다 열악해 한 시간을 일해도 햄버거 두 개를 채 사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국제적인 물가 지표의 하나인 글로벌 외식 업체 맥도널드의 햄버거 ‘빅맥’ 값을 바탕으로 한 분석에서 일본의 낮은 임금 수준이 드러났다”며 “일본의 식당 등 매장에서 한 시간을 일해서 살 수 있는 빅맥 햄버거는 2.2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햄버거 소비자를 글로벌 외식·소매 업체들의 매장 직원으로 가정한 뒤, 구인 검색 서비스 ‘인디드’의 데이터로 국가별 급여를 파악했다. 이어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국가·지역별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값을 반영해 소비자들이 한 시간 일해서 살 수 있는 빅맥 개수를 뽑아냈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은 빅맥 햄버거를 살 수 있는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로 1시간 일해서 3.95개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어 영국과 홍콩이 나란히 2.56개, 미국 2.52개, 캐나다 2.32개 순이었다. 일본은 2.18개로 집계됐다. 두 개 이하로 낮은 나라 가운데는 싱가폴(1.80개)와 함께 한국(1.79개)이 포함됐다.
일본은 임금 인상 속도가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5년전 같은 조사에서 시간당 시급으로 빅맥 햄버거 2.4개를 살 수 있었지만, 이번에 0.2개가 감소했다. 5년 사이 시간당 임금이 평균 940엔(8830원)에서 11% 올랐지만, 빅맥 가격은 390엔(3660원)에서 23% 올라 두 배 가까이 가파른 상승 폭을 보였다. 기업들이 노동자 임금 인상의 여지가 충분한 데도, 임금 인상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노동기구(ILO) 통계를 보면,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분배율’이 54%로 5년 전과 견줘 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이 수치가 50% 후반대에 이른다. 다른 주요국과 견줘 소득 분배가 기업에 편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빅맥 구매력으로 본 임금 비교는 일본의 위치를 분명히 드러낸다”며 “정부와 일본은행이 지향하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은 아직 멀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