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도피 文정부…‘비정규직 폭증’ 통계 절반 깎은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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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0월 통계청이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가집계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보고서는 2019년 비정규직이 전년 대비 86만7000명 급증했고 기간제 근로자 79만5000명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담겼다. 황덕순 당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기간제 79만5000명 증가는 있을 수 없는 수치다. ‘병행조사 효과’를 주된 원인으로 통계 발표 때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했지만 청년층에서는 10개월째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인구 대비 취업자의 비율인 고용률(47.0%)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내려 7개월째 하락했다.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전 연령대 중에서 유일하게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광진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신청서 및 이력서를 작성하는 구직자들. [사진출처 = 연합뉴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와 배치되는 통계 수치가 나오자 청와대가 통계청의 통계결과 분석과 보도자료 작성에 적극 개입한 사실이 15일 감사원 고용통계 감사결과 발표에서 드러났다.

정부는 근로자별 세부적인 근로 형태와 시간 등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8월 부가조사를 실시한다. 당시 병행조사에 포함된 질문 중 응답자들이 스스로를 ‘기간제’로 느끼게 하는 질문이 있었던 탓에 그동안 통계에 잡히지 않던 비정규직들이 대거 통계에 포함됐다는 것이 청와대의 논리였다. 병행조사란 기존 표본과 표본재설계를 통해 공표되는 신표본 사이 안정성이 확보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동시 조사를 말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병행조사는 정규 통계지표가 아니고, 당시 강신욱 통계청장도 통계청 직원들에게 “병행조사 효과를 더 분석하라”고만 지시했을 뿐 실제 병행조사 효과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병행조사 효과 자체도 학계나 통계청이 아닌 청와대에서 통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또 병행조사 효과로 인해 늘어난 근로자 숫자를 임의로 추정해, 통계청에서 그대로 발표하도록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9년 10월 26일 통계청은 병행조사 효과 추정치를 23만2000명에서 36만8000명으로 보고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 정도예요?”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지요?”라며 통계청에 사실상 추정치 가이드라인을 줬다.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했지만 청년층과 제조업 취업자는 감소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867만8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6만8천명 늘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0만3천명 줄어들며 1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취업자는 6만9천명 줄면서 8개월째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광진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서 채용게시판을 살펴보는 구직자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튿날 통계청장은 보도참고자료에 “병행조사 효과는 약 ??만명 내외로 추정”으로 표시하고 “전년 대비시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있음”이라고 기재했다. 이를 살펴본 청와대는 ‘해석상 오해 소지 있음’을 ‘단순비교 불가’로 변경토록 지시했고 “숫자가 30에서 50만명 안에 있네요”라고 재차 전달했다. 게다가 청와대는 보도자료 인포그래픽에서 ‘비정규직 87만7000명 증가’ 등의 증감 폭과 화살표 표시까지도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10월29일 통계청은 병행조사 효과가 ‘약 30~50만명’이고 ‘전년도와 비교 불가하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통계청장 출신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통계가 바로서야 정책이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정책은 통계 등 정량적 지표들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해야 하지만 통계를 조작해 버리면 정책을 수정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그랬다”며 “정부의 무지와 오만이 결국 ‘통계조작’을 초래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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