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못 받는 美 부유층 잡아라" 제네시스 X 조기 등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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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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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산 전기차도 고가 차종, 고소득층 보조금 지급 제외
고급차는 수출해도 현지 생산차 대비 가격 핸디캡 없어
현대차그룹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전동화 스케줄 당길 가능성
21일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 전시된 제네시스 '엑스 스피디움 쿠페' 전기차 콘셉트. ⓒ현대자동차
[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미국이 자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 현대자동차 그룹이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제네시스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책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2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IRA가 발효되는 내년부터 미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만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가 지원된다. 하지만 사실상의 보조금인 이 혜택을 100% 받으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조항을 충족해야 한다.

세액공제 절반은 배터리 부품의 핵심 광물 원산지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미국산 전기차라도 누적 판매량 20만대가 넘는 인기 차량이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고급차와 고소득층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판매 가격 5만5000달러 이상의 승용차와 8만달러 이상의 SUV·픽업트럭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다. 1인 가구 기준 소득 15만 달러, 부부 합산 기준으로는 소득 30만달러 이상 구매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급차‧고소득층 제외 조항은 고급차 브랜드에게는 불리한 내용이지만,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를 갖추지 못한 업체들에게는 가격적 핸디캡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에게도 나쁜 소식은 아니다. 라인업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연봉 2억원 이상의 미국 고소득층 소비자를 공략하는데 있어서는 IRA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21일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 전시된 제네시스 '엑스 스피디움 쿠페' 전기차 콘셉트. ⓒ현대자동차
현재 제네시스는 3종의 전기차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GV60과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 파생차인 G80 전동화 모델 및 GV70 전동화 모델이다.

이들 중 GV60은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고, GV70 전동화 모델은 연내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다. GV70 전동화 모델과 마찬가지로 내연기관 자동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G80 전동화 모델 역시 기술적으로 기존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앞으로 나올 E-GMP 기반 전기차들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예정인 전기차 전용 공장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IRA 시행에 대응해 당초 2025년 상반기로 잡혀 있던 미국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최대한 당겨 봐야 2024년 하반기다.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6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GV80급, 혹은 그 이상 크기의 대형 SUV 전기차와 플래그십 세단 G90를 대체할 전기차 모델도 필요하다. 가격이나 타깃층을 감안하면 보조금 지원 범위 밖에서 경쟁해야 할 모델들이다.

대중차 브랜드인 현대차와 기아가 최소 2년간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지 생산 차종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네시스 라인업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제네시스 '엑스 스피디움 쿠페' 전기차 콘셉트 내장 디자인. ⓒ현대자동차
업계에서는 모터쇼 등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낸 콘셉트카 ‘제네시스 엑스(Genesis X)’ 양산 모델의 조기 등판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3월 GT(Gran Turismo) 콘셉트로 선보인 제네시스 엑스는 올해 4월 한층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콘셉트도 쿠페로 전환해 ‘엑스 스피디움 쿠페(X Speedium Coupe)’로 재탄생했다.

엑스 스피디움 쿠페는 지난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자동차 축제 ‘몬터레이 카 위크’의 마지막 행사인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도 등장해 최초로 내장 디자인까지 공개했다. 양산차 적용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제네시스는 아직 엑스 스피디움 쿠페의 양산 여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고급차의 경우 IRA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콘셉트카는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반드시 양산차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제네시스 엑스 콘셉트카 역시 양산 여부나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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