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여당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대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 참패”라는 위기감이 흘러나온다.
여권 주자 지지율을 다 합친 수치는 17%로, 이재명 대표 지지율(37%)의 절반을 밑돌았다. 세부지표도 일제히 ‘여권 주자의 몰락’을 가리켰다. 모든 지역·세대에서 지지율 1위는 이 대표였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에서도 이 대표(19%)가 1위였고 여권 주자는 한동훈 9%, 홍준표 8%, 오세훈 3%였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70대 이상에서도 이 대표 지지율은 21%였고, 한동훈 10%, 홍준표·김문수 5%, 오세훈 2%였다. 여권 관계자는 “계엄 사태가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핵심 지지층마저 싸늘하게 등을 돌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갤럽 조사는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17~19일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권의 현 상황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보수 진영에는 '반기문'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었다. 탄핵안 가결 뒤인 2017년 1월 12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31%로 가장 높았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20%를 기록하며 완전한 열세는 아니었다.
이런 와중에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위기감을 더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내주 초 비대위원장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큰데, 중진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뼈를 깎는 쇄신을 해도 될까 말까인데, 현 사태에 책임이 큰 중진들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건 보수 정치의 퇴행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