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님께서 뭘 생각하고 얘기하시는지 이해합니다. 실제로 5/18은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상대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끔찍한 살육을 저지른 사건이 맞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직접 경험한 분들은 대체로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명칭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 군부가 학살을 저질러 광주를 유린했다는 끔찍한 성격을 내포한 '광주사태' '광주학살', 또는 시민들이 분노 폭발해 독재 군부에 죽기살기로 싸웠던 의미를 담은 '광주민중항쟁'을 쓰자는 연구자들(고 김영택 박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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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18 때 광주시민들이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무조건 당하기만 했던 '비극'은 아니었습니다. 그 엄청난 학살극 속에서도 광주시민들은 서로 힘을 합쳐 싸웠고(연대), 서로 동등한 사람이라며 사랑했고(인간애), 서로가 가진 것을 너나없이 나눴습니다(공동체). 다시 말해, 평소에 하대했던 거지 노동자 윤락녀 등 빈민층과 지식인 회사원 등 중산층이 서로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고 보듬어주며 사랑했습니다. 5/18을 겪었던 당시 광주시민들에게는 잊고 싶은 끔찍한 상처가 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인간의 정'이 굉장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경험자들은 "5/18 때 제일 불행하고 고통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제일 행복하고 좋았다"라고 회고합니다. 오늘날 각박한 세상 속에서 40년 전 광주시민들이 실천했던 '시민 공동체' '대동 세상' '민주화 광주'는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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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80년 5월 18~27일까지 광주에서 벌어진 열흘간의 사건만 보면 '사태' '학살' '항쟁'이 더 적합하겠지만, 5/18은 결코 그 열흘간의 역사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광주가 진압된 이후로 '살아남은 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왜곡되고 외면받는 5/18을 일반 국민들에게 알리려고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조금이라도 진상이 드러났고, 1987년 우리나라 민주화에 지대하게 공헌했으며, 전두환 등 내란 주동자들을 조금이나마 사법 단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5/18 관련 연구와 조사를 계속하고 있고, 작년 김용장과 허장환 등의 양심고백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두환에 대한 또 다른 재판이 지금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고, 국가에서 5/18을 기념하며, 아직 건재한 역사 왜곡 세력들에 대해 묵묵히 싸우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를 보면 5/18은 단순히 1980년 5월 18~27일까지의 열흘 동안의 사건이 아닌, 1980년 5월 18일부터 2020년 현재까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계속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 사건입니다. 이 점에서 보면 5/18은 대한민국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한 '민주화운동'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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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실들 때문에 5/18을 '민주화운동'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민주화운동도 맞다고 볼 수 있겠네'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