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27일 사이에 '해주최씨 준극경수기호종중'이 고려아연의 주식 3만3천905주를 약 201억원에 장내 매입하며 보유 지분을 기존 0.27%에서 0.44%로 늘렸다.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하는 유미개발도 지난달 20~24일 사이에 605억원어치 고려아연 주식 10만1천720주(지분 0.51%)를 추가로 장내 매입해 지분을 1.45%로 늘렸다.
앞서 장영진 영풍그룹 회장 측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 나섰다. 장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 에이치씨는 지난달 2일부터 13일 사이 7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 방식으로 약 40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주식 7천443주(지분 0.04%)를 사들였다.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을 모두 합치면 28.5%, 장 회장의 영풍 측은 32.4% 수준으로, 두 일가의 지분율 차이는 3.9%포인트(p) 정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두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이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고려아연의 현재 최대주주는 영풍(지분율 26.11%)으로, 장 회장 일가 측이 지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이 LG화학, 한화, 한국투자증권, 트라피구라, 모건스탠리 등으로부터 7천823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각하며 최 회장과 장 회장 측의 지분 경쟁이 본격화했다. 최 회장 측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은 그린수소, 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등 3대 신사업을 강화하는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 중이다. 신사업 추진과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도 높이기 위한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고 있다.
오는 17일 예정된 정기주총이 최 회장 지배력 확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정기주총에서 이사 5명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총 1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절반 가까운 인사가 교체되는 것이다.
현재 주총 안건으로 올라온 사내이사 후보 박기덕 현 고려아연 사장, 박기원 온산제련소장, 최 회장의 사촌 최내현 켐코 대표는 최 회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아직 임기가 남은 6명의 이사까지 포함하면 이사 9명을 최 회장 측이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최 회장 측과 장 회장 측의 지분율만 따지면, 장 회장 측이 반대에 나설 경우 이사회 선임이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현재 8.71%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지분율 약 38.34%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표심의 향방이 중요한 상황이다. 단, 3월 주주총회는 지난 12월 말 주주명부 기준으로 의결권이 있다.
최 회장이 주총을 앞두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것도 우호 지분 확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연 1회 중간 배당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고려아연이 중간 배당을 결정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17년 만이다. 당기순이익의 30% 이상 배당 성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중간배당 실시와 배당 가이드라인 도입은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추려는 최고 경영진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