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사를 더 이상 아동학대범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입력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무너지는 교권 현장에는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있다. 똑바로 앉으랬다고, 책상을 정리 하랬다고, 떠들지 말랬다고 등등의 이유로 ‘아동학대’라고 신고한다. 친구와 놀다가 팔이 긁힌 아이를 화해시켰다고 신고 당한 교사도 있다. 학부모가 교사의 말을 녹음해 오라며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는 경우도 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사례들이다.

상대를 괴롭힐 목적으로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남발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일단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면 교사는 학생과 분리한다는 명목으로 직위해제되거나 휴직으로 내몰린다. 무분별한 신고로부터 교권을 지켜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교사든 아동학대범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과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특수교사 고소 등 교권침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교사들의 불만과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 생활지도나 훈육도 아동복지법상 학대로 취급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최근 5년간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조사받은 사례가 모두 1천252건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3.9%(676건)가 무혐의 종결이나 불기소 처분됐다. 절반 이상이 재판까지 가지 않고 무혐의 종결이 날 정도인데 무턱대고 고소·고발을 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고소·고발을 당해 아동학대범으로 몰려도 학교와 교육청은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골치 아픈 일이 또 생겼다는 식이어서, 교사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억울하게 직위해제되는 교사도 있고, 이런 학교 현장에 혐오를 느껴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있다. 대처 매뉴얼을 만들고,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청에서 먼저 정당한 교육활동인지를 판별하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여당이 교권 회복 및 강화를 위한 방안을 지난 14일 내놨다. 학부모 민원은 앞으로 해당 교사가 아니라 학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이 맡도록 하고, 교권침해로 전학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에 대해선 그 내용을 학교생활부에 기재토록 하는 내용이다.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정당한 것으로 간주해 아동학대 논란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조사나 수사에서는 사전에 교육청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교사들이 더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잠재적 아동학대범에서 벗어나도록 교권 회복 조치가 시급하다. 부처 간 긴밀한 협의와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