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국전쟁과 민주당의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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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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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 2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영화를 보고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 평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유독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가 더 부각됐는데, 공적에 대해서도 다시 알아볼 기회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감안할 때 폄훼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농지 개혁 등이 지금의 대한민국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좌파 사람들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이 사사오입 개헌과 3.15 부정선거 등을 통해 장기 집권하며 자신이 도입한 민주주의 제도를 후퇴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가 추진한 공적의 크기가 과오보다 크다고 볼 지, 과오의 크기가 더 크다고 판단할 지는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건국전쟁에 대한 대통령 반응이 보도된 날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독설에 가까운 논평을 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역사의 죄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입을 다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독재와 부패, 부정선거로 4·19혁명에 의해 쫓겨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번영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에 현직 대통령이 동참한 건 충격적”이라고도 했다. 영화가 조명한 이승만의 공적도,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긍정적 평가도 전부 ‘역사 왜곡’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영화 건국전쟁과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두고 ‘왜곡된 역사 인식을’ 운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적에 대한 것까지 모두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영화를 본인들 입맛에 맞게 각색해 정쟁에 활용하는 일이 잦은 정당이다.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지난해 개봉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윤 정부 검찰독재는 과거 군부독재와 모습과 형태만 바뀐 것”이라며 둘을 연결지은 게 대표적인 예다. 정작 군부독재 원흉이던 하나회를 숙청하고 전두환, 노태우를 법정에 세운 게 보수정권인 김영삼 정부인데 말이다.

역사를 제 입맛 따라 양념치고 오염시키는 민주당의 의도는 뻔하다. 지지세력 결집과 권력 획득이다. 그러나 꼼수는 오래 가지 못한다. 사실 민주당 사람 상당수도 이를 알고 있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서울의 봄을 끌어들여 어거지로 현 정부를 비판하자 당 내부에서까지 “권력 획득에 눈이 멀어 혐오 섞인 구호를 일삼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이 거꾸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에 시계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문재인입니다’에 부동산 정책 실패 내용이 빠졌다고 이 영화 전체가 거짓이고 왜곡이라고 말해도 되는지 말이다. 그건 아닐 것이다. 쓴 건 모조리 뱉고 달아야만 삼키는 민주당식 역사관이야말로 왜곡의 사전적 정의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하긴 이미 민주당 내에서도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게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죄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들이 생긴 것을 보면 역사를 활용한 겨냥의 대상은 무궁무진한 것도 같다. 분명한 것은 그런 사람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왜곡과 혐오의 언어들이 과연 스스로에게는 도움이 되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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