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하 지연·유가 100달러 전망…경제 파고 비상한 대응을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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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뜨거운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상반기 금리인하 기대가 확 꺾였다. 우리나라 통화정책도 미국과 따로 놀 수 없는 구조인 만큼 고물가와 함께 고금리가 장기화될 거라는 각오가 필요하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에서 3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는 미국 발표는 시장 전망치인 20만개 증가를 한참 벗어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고용지표 발표 직후 금리 선물 시장에선 6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인하를 앞질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 한미 간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값이 떨어지고 수입물가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오는 12일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다 해도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자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치솟는 유가도 부담을 가중한다.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격화하는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돼 JP모건, 씨티그룹 등 금융회사들은 연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농산물 가격 상승이 멈출 줄 모르고 원화값은 떨어져 물가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국제유가마저 급등해버리면 물가는 당국의 통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날 수도 있다.

정부는 부동산 PF 부실과 물가 상승 확산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금까지는 가까스로 막아왔지만 한순간에 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된다. 총선 승리에 매몰된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부터 세금 감면, 현금 살포에 이르기까지 위기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총선이 끝나는 즉시 정부와 국회는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과 허풍의 가면을 벗고 위기대응 체제에 돌입해야 한다. 여야 모두 "죄송하지만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라고 고백하라.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동참을 요청하는 편이 지키지 못할 공약에 집착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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