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 2건+국조 3건’ 하면서 민생은 언제 챙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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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 정치감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더불어민주당을 보노라면 다수당으로서 큰 정치를 하기보다 끊임없는 정쟁과 대치로 그 존재감을 유지하려는 당 같다. 예산안 처리시한이 지나 비상이 걸렸는데도 쌍특검과 국정조사만 줄기차게 요구하며 또다시 국회를 싸움터로 만들어가는 행태가 그런 협량한 정치를 대변한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잡힌 8일에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등 2개 특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기국회 뒤엔 곧바로 임시국회를 열어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3건의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밀린 숙제인 예산안 처리가 우선인 마지막 본회의를 쌍특검 전쟁터로, 정기국회 때 미처 못 다룬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할 임시국회를 국정조사 대치정국으로 만들겠다는 태세다. 일에도 순서라는 게 있는데, 민주당한텐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순서만 보이고 국민이 바라는 건 안 보인단 말인가.

쌍특검과 국정조사 3건은 대부분 검찰·경찰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검경 수사가 미진한 게 있으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할 순 있다. 하지만 땡처리 세일도 아니고 큼직큼직한 사안을 한꺼번에 5건이나 밀어붙인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특검이나 국정조사 1건만 해도 온 사회가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한데 5건씩 굴러가면 정작 다른 중요한 이슈는 묻히기 십상이다. 게다가 총선이 4개월 앞인데 마음은 온통 콩밭에 가 있는 의원들이 국정조사 3건을 해낼 수 있긴 할까.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안 될 일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놔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하거나 여당이 거부토록 해 욕먹게 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진짜 속마음 아닌가.

아무리 선거에 유리하다고 무리한 일을 다 벌여선 안 된다. 지금 그게 국민과 나라에 꼭 필요한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또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해 해법을 찾는 게 정치인데 상대당은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건 죄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정치가 아니라 횡포다. 그런 폭주는 국민들도 바라지 않는다. 민주당이 더는 잡음만 내는 레코드판을 틀지 말고, 국민과 야당과 화음을 맞추는 정치를 해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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