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필수재만 잘 팔려"…美 유통공룡 힘겨운 인플레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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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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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소매체인 타깃, 4분기 호실적
"이익률 높이는 임의소비재 잘 안 팔려"
올해 가이던스 부정적…"이익률 하락세"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값 싸고 생활에 꼭 필요한 상품들만 잘 팔린다.”

미국을 상징하는 ‘유통 공룡’ 타깃이 고물가 고민을 드러냈다.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에 물건값이 오르다 보니, 식음료품 같은 저렴한 필수소비재는 예전만큼 잘 팔리지만 의류 혹은 전자기기 같은 임의소비재(discretionary items) 판매는 줄어드는 식으로 미국 사회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통체인들의 이익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사진=AFP 제공)


‘유통공룡’ 타깃, 예상밖 호실적

2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타깃은 2023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1.89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올렸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1.40달러)를 웃돌았다. 매출액은 314억달러로 전망치(307억2000만달러)를 상회했다.

동일 매장 매출액(same-store sales)은 1년 전보다 0.7% 증가해 스트리트 어카운트의 추정치(1.6% 감소)를 웃돌았다. 동일 매장 매출액은 유통업계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매장 리모델링, 폐점, 신규 개장, 브랜드 인수·매각 등의 실적 변동성을 제외하고 오직 한 매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실적을 말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성적표로 여겨진다. 타깃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높은 인플레이션 여파를 딛고 시장 예상을 웃돈 실적을 내놓은 것은 1년 만이다.

타깃이 호실적을 거둔 것은 변화하는 소비상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일상에 필수적인 식음료품 매출액은 전년 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고 타깃 측은 전했다. 타깃은 “음식료품이 (실적을 견인한) 가장 강력한 카테고리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골치를 썩였던 재고 역시 개선했다. 재고 증가율은 전년 대비 -2.89%를 기록했다. 지난 1~3분기 모두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재고가 쌓였다는 점에서 다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호실적의 ‘내용’까지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필수소비재 위주로 재고를 줄이고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이른바 ‘밀어내기’를 한 탓에 이익률은 떨어진 것이다. 타깃은 4분기 3.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전기(3.9%)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6.8%)와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의류, 전자제품, 엔터테인먼트 등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일상에 지장은 없는 임의소비재가 여전히 팬데믹 이전만큼 팔리지 않으면서 수익률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의소비재는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품목으로 손꼽힌다.

타깃이 올해 다소 보수적인 실적 가이던스를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타깃은 올해 연간 EPS를 7.75~8.75달러로 예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월가 추정치(9.23달러)를 밑돈다.

“인플레이션 매우 높고 완고해”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CNBC에 나와 “소비자들이 필수소비재를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매우 어려운 환경임에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면서도 “우리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이익률을 회복하려는 다년간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타깃의 팬데믹 이전 영업이익률은 6% 정도라고 CNBC는 전했다. 그는 “우리는 이익률이 낮은 식음료품과 가정용품 등을 더 많이 팔고 있고 의류 등은 적게 판매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흐름은 완화할 것”이라고 했다.

코넬 CEO는 그러면서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은 매우 완고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소비자를 정말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컨퍼런스보드가 내놓은 소비심리는 부진했다. 컨퍼런드보드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자신뢰지수는 102.9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108.5)를 밑돌았다. 전월(106)보다 낮았다. 이번달 기대지수는 69.7로 전월 76에서 더 떨어졌다. 기대지수가 80을밑도는 것은 경기 침체의 신호라고 컨퍼런스보드는 전했다.

아타만 오질디림 컨퍼런스보드 선임디렉터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탓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주택과 자동차 등에 대한 구매가 줄고 있고 가전제품 소비 계획 역시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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