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코 너무 과했나...BMW '4시리즈' 첫 달 판매량 고작 '67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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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05. 오후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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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야심작 4시리즈가 판매 첫 달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격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 자신했지만, 고객들 외면에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출처=한국수입차협회, BMW 보도자료


5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BMW가 2월 초 선보인 쿠페형 중형 세단 4시리즈(2세대 완전변경)의 출시 첫 달 판매량이 67대에 그쳤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모델임에도 BMW 2월 전체 판매량(6577대)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모델별로 보면 420 쿠페가 40대로 가장 많이 팔린 가운데 430 쿠페 18대, 디젤 엔진인 420d쿠페 7대, M440 xDrive 쿠페와 420d xDrive 그란 쿠페가 각각 1대씩 팔렸다.

4시리즈는 지난 2013년에 처음 선보인 BMW 4시리즈의 2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지난해 10월 전 세계에 처음 공개됐다.

화제가 된 건 단연 파격적인 디자인이다. 그릴의 길이가 가로가 세로보다 더 길었던 종전의 모델과 달리 4시리즈에는 가로가 좁고 세로 길이가 더 긴 버티컬(수직형) 그릴'이 적용됐다. 30년 만에 바뀐 낯선 디자인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가도 많았지만, 대체적으론 혹평이 이어졌다. 특히 아래로 늘어뜨린 그릴이 흡사 '돼지 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른바 '돼지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급기야 디자이너가 해명에까지 나섰다. BMW 4시리즈의 외관 디자인을 담당한 이는 한국인 임승모 디자이너다. 그는 4시리즈 출시 당시 온라인으로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4시리즈는 3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쿠페 차량이면서 동시에 BMW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모델”이라며 “과감한 그릴 디자인으로 한 눈에 차별화되는 개성을 살리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3시리즈와 비슷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4시리즈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BMW의 수평형 키드니 그릴을 오랜시간 봐 왔고 익숙해 버티컬 키드니 그릴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게 당연하다"면서"익숙함을 적절하게 트위스트해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좋은 기회이자 디자인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해명에도 4시리즈 디자인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자 이번에는 BMW가 전사 차원에서 그의 디자인을 옹호하고 나섰다.

반 후이동크 BMW 디자인 수석 부사장은 최근 독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눈에 띄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이하고 확연한 차이를 보여야 한다”면서 “소비자 선호도와 관계없이 독특한 디자인은 BMW가 경쟁에서 돋보일 수 있게 한다”라고 말했다.

BMW 디자인 책임자 도마고 듀켓 또한 “BMW는 핵심 고객군은 ‘우아한 크리에이터’와 ‘표현적 퍼포먼서’로 구분한다”며 “크리에이터들은 3, 5, 7시리즈와 같은 전통 디자인의 홀수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퍼포먼서들은 M4, X6와 같은 짝수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리에이터들은 실내 공간에 더 초점을 맞춘 자동차를 원하지만, 여전히 유동적인 실루엣과 좋은 비율을 원한다”면서 “이와는 대조적으로 퍼포먼서는 실용성보다는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난 차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과 달리 국내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선 이번 4시리즈 디자인을 두고 "적응이 안된다", "재채기 직전의 콧구멍 같다" , "자꾸 보니 돼지코가 아니라 뉴트리아다", "측면과 후면 디자인은 역대급으로 멋있지만, 차량의 전체 이미지를 좌우하는 전면부는 경악스러운 수준이다" 등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몇몇은 해당 디자인이 뉴 M3, M4 등 고성능 모델과 미래 전기차 iX, i4에도 유사한 그릴이 적용될 거란 점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BMW가 주력 모델이 아닌 4 시리즈를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통해 상품성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기에도 판매가 저조한 건 어디까지나 디자인의 실패"라며 "4시리즈를 내세워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연 기자(ys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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