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고…미디어가 쌓아 올린 세대 간 ‘갈등의 벽’ [청년과 노인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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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14. 오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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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10명 중 1명 세대 갈등 인식, 개인주의 성향 MZ·꼰대 어르신 등
언론서 특정세대 고정관념 만들어...온라인 통해 부정적 이미지 각인


일러스트. 유동수화백

“솔직히 저출산이 20·30세대 탓인가요? 40·50·60 기성세대들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탓이 훨씬 큰 것 아닌가요? 그런데 사회는 우리에게 ‘일을 안 한다’ ‘눈이 높다’고 자꾸 비난합니다. 서로 비교하는 문화를 만들고 학벌 순위를 매겨 우릴 바보로 만든 게 대체 누구입니까?”

지난달 16일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란이 된 글의 일부다. 동의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일부 20·30대 사이에서 “핑계 대지 말고 낳아서 기르기 싫으면 당당하게 말해라”라며 비판이 나왔다. 저출산의 책임까지 서로에게 돌릴 만큼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인천의 한 카페에서는 줄입문에 붙은 ‘노 시니어 존’ 문구로 인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60세 이상 카페 출입 제한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댓글에는 “노시니어존을 만든 이유가 있을 것”, “가게에서 진상 부리는 사람 80%가 60대 이상인데 적극 찬성한다”는 옹호의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속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는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노인을 ‘꼰대’, ‘틀딱’, ‘할매미’, ‘연금충’, ‘노슬아치’ 등으로 부르는 혐오표현이 일상화하면서 갈등이 점점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5세 이상 남녀 1천2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혐오표현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온라인을 통한 혐오표현을 접해 본 경험률이 82.4%에 이른다. 온라인 뉴스기사 36.5%, 온라인카페·커뮤니티 27.1%, 개인방송사이트 18.6%, SNS 12.1% 등이다.

특히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는 혐오표현을 접해 본 경험은 40.4%로 ‘정치적 신념’, ‘성별’ 다음으로 높았다. 혐오표현을 접한 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는 응답이 61.6%이며 ‘혐오 표현을 내가 사용하게 되었다’가 22.5%가 이른다.

이러한 혐오표현으로 세대 간 갈등의 벽이 높아지면서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소통 및 협업 등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도 우리 사회 고령층과 젊은층의 사회갈등 정도는 '(갈등이) 약간 심하다'가 전년대비 0.6%포인트 늘어난 49.3%, '전혀 심하지 않다'는 전년대비 0.5%포인트 줄어든 2.7%로 조사됐다. 갈등이 심해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늘었고,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줄었다.

세대갈등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각종 방송, 언론 등의 미디어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방영된 'SNL코리아-MZ오피스'는 특정 세대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개그 소재로 활용해 논란이 된 경우다. 해당 콩트에서는 MZ세대를 대표하는 직장인 캐릭터 아영이 상사들의 지적에도 업무 중 무선 이어폰을 꼽고 일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동후 인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재 미디어 환경 자체가 세대 갈등을 일으키는 표현을 굉장히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며 “이를 통제하거나 제어, 규제할만한 방어책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세대에 대한 틀리거나, 과장한 평가를 주로 본 뒤 이를 고정관념을 구성한다”며 “이것이 세대 간 갈등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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