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도 당국 압박에 대출금리는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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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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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음에도 은행권은 오히려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가 최고 연 8%를 돌파하자 금융당국이 인상 자제를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대출 금리를 0.7%포인트 인하했다. 전날까지 7.31~8.11%였던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날 6.61~7.41%로 낮아졌다. NH농협은행도 오는 20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최고 7%가 넘었던 금리는 6%대 초반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걸린 대출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선 배경엔 당국의 압박이 있다. 은행들은 직전 11월 금통위 때도 수신 금리 인상 결정을 보류했었다.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수신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인상 역시 불가피하다. 은행채와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가 상승한다. 코픽스는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이런 코픽스가 오르면 대출 금리 역시 상승한다.

최근 당국은 은행권에 주(周) 단위로 대출 금리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이나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 점검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예금 금리는 바로 낮추면서 대출 금리는 조금 내려간다는 지적에 정치권도 나섰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전날인 12일 은행의 예금·대출 금리차와 이로 인한 수익을 공시·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예금과 대출 이자 차이를 뜻하는 예대이율 차이가 커서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뉴스1

이에 대해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은행권 여·수신 동향 관련 자료를 내고 “은행 예금금리가 하락하는 반면 대출금리가 상승해 예대금리차가 확대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는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 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도 당장 금리가 눈에 띄게 오르진 않을 것이란 게 은행권의 예상이다. 은행은 보통 은행채 발행과 수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대출로 수익을 낸다.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채 창구가 막힌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최근 채권 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지만 당국과 정치권의 기대와는 다르게 대출 금리가 일반 금융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내려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출 금리는 예금 금리에 비해 시장금리가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16일(15일 휴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엔 지난달 초부터 시작한 예금금리 하락분이 반영된다. 주담대 금리는 16일 이후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 3개월이 걸리지만, 이렇게 정부와 당국의 감시·감독이 계속되면 얼마나 영향을 줄지 미지수”라면서 “예대금리차가 계속 줄어들면 대출에 따른 수익보다 지급할 예금 이자가 더 많아지는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대출금리를 많이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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