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101. 세상 근심 날려 버리는 ‘그네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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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자세’는 그네를 타듯 몸통을 흔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균형 감각과 팔다리 탄력성 향상, 복부 기관 강화 등에 좋다. 시연 김이림


그네 자세는 양발을 연꽃 자세로 올려놓고 양손은 엉덩이 옆에 두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선은 앞을 향하며 손과 손목의 힘으로 온몸을 들어 올린다. 이때 앞뒤로 그네를 타듯 몸통을 흔든다고 해 ‘그네 자세’로 불린다. 범어로 ‘로라 아사나(lola asana)’라고 일컫는다. 손목과 손 근육, 복부 기관을 강화시키고 팔다리의 탄력성을 높여 준다. 또 균형 감각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네는 우리나라에서 일찍부터 여성 놀이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한 단옷날(음력 5월 5일)에 그네를 많이 탔다. 정월 대보름이 달의 축제라면 단오는 태양의 축제였던 것이다. 소설 춘향전에서는 이몽룡과 성춘향이 만나는 장소를 그네 뛰는 곳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아마 그네와 함께 나부끼는 춘향의 치맛자락과 댕기머리가 매력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그네 타기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성행했던 놀이로 남성들의 씨름과 더불어 여성들이 하던 대표적인 단오 놀이였으며, 우리 민속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신명 나는 놀이였다. 부녀자들의 외출이 억압됐던 옛날에도 단옷날은 부녀자들끼리 모여 그네 뛰는 것이 허용되었으니 그네야 말로 옛날 부녀자들이 일년 내내 억눌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 볼 수 있는 유일한 놀이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고대 소설이나 민담에도 그네를 타다가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그네의 어원에 대해 양주동은 그네, 군뒤, 굴위, 굴기, 근데, 구리 등 수십 종의 방언이 현존하나, 그것의 원형은 글위, 혹은 굴위이고 그 어원은 ‘발을 구르다’의 ‘구르(그우르)’에 있다고 했다. 한자로는 반선희(半仙戱), 추천(鞦韆)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홀수가 두 번 겹치는 날을 아주 좋은 날로 여겼다. 그래서 1년 중 홀수가 겹친 날을 명절로 삼아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고 난 후에 함께 나눠 먹으며 여러 가지 놀이를 즐겼다.

설날(음력 1월 1일), 삼짓날(음력 3월 3일), 칠석(음력 7월 7일), 중양절(음력 9월 9일) 등이 그 좋은 예다. 옛사람들은 1년에 3차례 고운 옷을 지어 입었는데 설빔, 추석빔, 그리고 단옷날에 입는 단오빔이였다. 단오가 그만큼 중요한 명절이었다는 뜻이다.

단오는 높은 날 또는 신(神)의 날이란 뜻의 ‘수릿날’이라고 부르는데, 이날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으며 그네 타기, 씨름 등 여러 가지 전통 놀이를 즐겼다. 특히 강릉에서는 이날에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성대히 지내면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축제에 참가했는데, 이 축제가 바로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 단오제’이다.

그네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고려 시대부터 나타난다. 고려 현종 때 중국 사신 곽원이 “고려에서는 단오에 추천놀이를 한다”고 적었다. 이규보는 그네에 관한 시를 여러 편 남겼다. 고려 시대에 민간에서도 단오 때 그네 뛰기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춘향가의 최초 자료는 조선 시대 유진한의 ‘만화본춘향가(1754)’이다. 조선 시대 혜원 신윤복의 그림 ‘단오풍정’에도 단옷날 그네를 즐기는 여인이 등장한다.

그네는 밀어 주면 단진자 운동을 시작한다. 그네의 원리는 운동량 보존과 역학적 에너지 보존에서 비롯된다. 사람의 상하 운동이 그네의 진자 운동으로 변환되는 것이 핵심이며, 매개하는 힘은 중력이다. 그네의 구조를 보고 외력이 작용하지 않아 에너지를 늘릴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력이 외력이므로 사람의 힘으로 그네에 에너지를 부여할 수가 있다.

앞뒤로 계속 반동을 주다 보면 한 바퀴 회전할 것 같기도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90도 지점이 한계다. 이는 일반적으로 쇠사슬 그네이고, 줄이 봉으로 된 그네는 회전이 가능하다고 하나 모두 위험성이 높다. 시원하게 그네 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네는 ‘동중정(動中靜) 정중동(靜中動) 미학의 놀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그네는 세계 각지에서 보인다. 구대륙에서 그네 전파의 중심지는 메소포타미아(기원전 3000년 중엽의 마리)와 인도(기원전 2000년 후반 베다 시대)라고 한다. 메소포타미아의 마리에서는 님풀사그 여신에게 바쳐진 풍요 의례로서 그네가 행해졌다. 인도에서 그네는 호토리 제관이 담당하는 힌두 의례이며, 이 의례적 그네를 프렌카(prenkha)라고 했다. 그네 자체가 태양 또는 바람과 동일시되며, 태양주조, 풍요다산, 천지매개라는 세 가지 종교적 의미를 가졌다. 중국의 그네는 봄날 태양의 회생을 촉진하는 개화(改火) 습속인 한식절의 행사로, 카프카스, 마케도니아, 불가리아의 슬라브인도 봄의 태양제에 그네를 탔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원래가 동지제인 크리스마스에, 또한 북구의 에스토니아인과 레트인은 하지에 그네를 타는 습속이 있었다.

그네는 버드나무. 느티나무, 소나무의 가지에 매기도 하고, 평지에 두 기둥을 세우고 기둥 윗부분에 가로지른 나무에 매기도 한다. 후자를 ‘땅그네’라고 칭한다. 땅그네를 특별히 화려하게 꾸밀 때에는 색 헝겊으로 그네들을 장식한다. 그넷줄 아랫부분에 두 발을 올려놓는 부분을 ‘밑싣개’ 혹은 ‘앉을깨’라고 한다. 그리고 손으로 잡는 부분에는 안전줄을 달아 놓는다. 안전줄은 부드러운 무명으로 만들며, 두 손목과 그넷줄을 매어 놓는다.

그네 뛰는 방법은 외그네 뛰기와 맞그네(쌍그네) 뛰기가 있다. 전자는 한 사람이 뛰는 것이고, 후자는 두 사람이 마주 서서 함께 뛴다. 그네 뛰기는 보통 발판에 앉아 시계추처럼 반동을 이용한다. 사실상 이게 가장 안전한 그네 타기다. 전통 방식의 서서 타는 스탠딩 그네 뛰기도 있고, 누워서 타는 레이 다운 그네 뛰기도 있고, 두 그네를 이용한 바이킹 그네 뛰기도 있으며, 빙글빙글 돌려서 묶은 후 풀어서 타는 방법의 꽈배기 그네 타기도 있다.

그네 뛰기는 다리의 힘을 길러 주며, 몸을 탄력 있게 가꿔 주는 효과도 있다. 단오에 그네를 타면 한여름에 모기에 물리지 않고, 또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그네를 타면서 “5월 단오에 모기야 물러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굳센 체력, 고도의 안정감, 기민성, 그리고 박진감 등으로 대변되는 이 놀이는 발랄한 젊음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네에 관한 재미있는 전래 민요도 전해진다. ‘달성 땅 심어진 남게/늘어진 가지에 군디 줄 매자/임이 뛰면 내가 밀고/내가 뛰면 임이 민다/임아 임아 줄 잡지 마라/줄 떨어지면 정 떨어진다’라는 경북 달성 지역의 그네 노래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곡으로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창공을 차고 나니 구름 속에 나부낀다/제비도 놀란양 나래쉬고 보더라’의 ‘그네’도 있다. 토속 풍속의 맛이 나면서도 낭만적인 모습이 물씬 풍기는 노래다. 김말봉 시에 사위인 작곡가 금수현이 곡을 붙여 1948년에 발표했다. 민요의 음계를 변형한 8분의 9박자의 토속적인 음계와 우리말을 잘 살린 가사로 인기가 높아서 일찍이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금수현은 부산 출신으로, 그를 기려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저로 일대에 ‘금수현 음악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그네 노래비’도 강서구 낙동강 제방에 세워져 있다. 현재 활동 중인 지휘자 금난새가 그의 아들이다.

‘한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두번을 거듭차니 사바가 발 아래라/마음의 일만 근심을 바람이 실어가네’의 2절 가사처럼 ‘그네 자세’를 취하면서 우리들 마음 속 일만 근심 걱정을 바람결에 모두 날려 버리고, 상큼하고도 향기로운 축복의 소식들이 모두에게 가뭄에 장대비처럼, 소낙비처럼 시원하게 찾아들기를 기원해 본다.

[로라 아사나]

조선의 여인들이 그네 타는 모습 보소/신윤복의 단오풍정 파격의 진수로군/슬며시 미소 짓게 한 단옷날의 수채화

양의 기운 가장 성한 오월 오일 대표 놀이/대보름은 달의 축제 단옷날은 해의 축제/이몽룡이 반할 만했군 창공 솟는 춘향 자태

운동량과 역학적 에너지 보존법칙/상하운동 진자운동 변환 중력이 매개하네/물리학의 기본 원리를 이곳에서 만나다니

동중정 정중동적 미학의 놀이였군/창공을 날아올라 멈춘 듯 다시 하강/그 모습 눈에 어리어 무심삼매 빠져든다

매사에 탄력 붙이기 그때까진 앙다물고/발 굴러 하늘 높이 사바 세상 눈 아래라/전력투구 수고로움에 정상이 보이는군

양발은 연꽃 자세 양손은 엉덩이 옆/온몸을 들어 올려 그네 타듯 앞뒤 흔듦/균형 감각 키워주면서 팔다리도 강건하게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gi7171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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