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연설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시위대들을 향해 ‘멍청이’라고 비난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부터 가자 전쟁을 종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청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뒤 “나는 가자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솔직한’ 회담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에 대한 자신의 우려를 놓고 그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너무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의 죽음 등 가자에서 엄혹한 인도적 상황에 대한 나의 심각한 우려를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죽은 아이들과 굶주린 주민들이 안전을 찾아 도망가는 모습”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런 고통에 무감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해리스 부통령의 이런 날카롭고 심각한 어조의 언급은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크게 비판적으로 선회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원 의장을 겸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도 선거운동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의 불참은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비난하는 민주당 지지층을 의식한 조처로 해석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연이어 만났으나, 해리스 부통령만이 만남 뒤 기자들을 상대로 공개 발언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해리스 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만남에서 비판적인 공개 발언을 한 것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부상한 이후 최근 며칠 동안 워싱턴의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평가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 협상 타결 및 가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뒤 백악관은 가자 전쟁 휴전 협상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남아있는 견해차를 좁혀 최대한 빨리 합의를 마무리하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며, 가자지구 내 전쟁의 지속가능한 종식을 달성할 필요성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 전쟁 휴전 협상과 관련해 미국과 다른 협상 당사자들은 최근 몇달 동안 합의가 안 된 것에 실망하고 있으나, 최근 몇주 동안 휴전협상의 진전과 타결이 임박했다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미 의회 인근에서 가자 전쟁을 주도하는 자신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인 미국 시민들을 겨냥해 “비애국적인 시위대에 의한 경멸스러운 행위이고 위험스런 증오로 불붙인 언사”라며 시위대가 이란의 자금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