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손석구니까 공식 석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내뱉고 또 사과, 반성했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대중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인 연예계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배우가 ‘진짜 생각’을 말하고 깨닫고 배우는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솔직함은 손석구가 배우로서 성공한 비결이기도 하다. 손석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한계에 부딪히고 깨닫고 배우는 과정을 거쳐 성장해왔다. 그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카지노’(디즈니플러스)를 작업했던 강윤성 감독은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장에서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물어본다. ‘카지노’ 때도 그가 연기한 오승훈과 마크 사이 갈등 관계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는데, 이런 과정에서 더 좋은 방향을 찾았다”고 했다. 손석구도 “배우를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많이 물어라’였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임지섭 대위는 시즌2에서 가장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다. 철저하게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구자운(지진희) 준장과 재판에서 맞붙고, 자신이 좋아했던 후배 군인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면서 진실을 알게 되는 등 요동치는 내면을 드러내는 장면도 많다. 손석구도 “이 사람(구자운)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라고 생각했던 그를 면전에 두고 처음으로 소신을 말할 때는 후폭풍이 두려워 불안하면서도 진실을 밝히고 싶은 감정을 함께 드러내려고 했다. 바로 변하지 않고 갈팡질팡하는 게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시간여 대화를 나누는 동안 손석구의 단단한 내면이 느껴졌다. 뜻밖에 동양철학이 거기 있었다. 그는 “(일이 없던) 30대 초반 집 앞 찻집에서 어르신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때 어르신들이 논어, 중용 등을 추천해줬다. 책도 보고 유튜브 강의도 들으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연기 공부와 마음공부를 하려고 했다. 원본으로 보고 싶어서 중국어 학원에 다닌 적도 있다. 요즘에도 내 안에 불순물이 많이 쌓였다 싶으면 보거나 듣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터득한 답은 이거다. “나 스스로와 솔직하게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많은 답이 있다. 그게 진짜 연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