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성장둔화·알리까지…자구책 마련 시급
'서버 이용료'에 '정산 주기 변경'
11번가는 다음달 오픈마켓 판매자들로부터 서버 이용료를 받을 예정이다. 전월 500만원 이상 판매자가 대상이다. 매달 7만7000원이 부과된다. 대신 이들에게 월 1만9900원의 '판매자 매출 분석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11번가가 서버 이용료 제도를 도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11번가는 네이버, 쿠팡에 이은 국내 오픈마켓 3위 사업자다. 입점 판매자에게 월 요금을 부과하면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과 계열사(티몬·위메프·인터파크 커머스)도 지난해 사실상 서버 이용료를 인상했다. 적용 구간을 늘리거나 없는 곳은 신설하는 방식이었다. 큐텐은 판매자 정산 주기도 늦췄다. 기존 일주일마다 진행하던 정산을 지난해 5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정산으로 변경했다. 이 역시 현금 보유 기간을 잠시라도 늘리려는 의도다.
수익성 초점 맞춘 이유
이들의 공통점은 적자가 크다는 점이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11번가는 지난 2022년 15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컬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다. 큐텐과 그 계열사 역시 현재 수천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 탓에 기존처럼 투자를 유치해 버티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온라인 시장의 성장률 역시 둔화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온라인 시장의 성장률은 20%대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덕이 컸다. 하지만 엔데믹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1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에는 8%로 나타났다. 업체마다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더 혹독한 겨울 온다
업계에서는 올해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발(發) 이커머스의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 이외에도 테무, 쉬인 등도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이들의 무기는 '최저가'다. 고물가에 중국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이커머스의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는 상승세다.
금융 시장의 한파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고금리는 기업 투자 등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IPO(기업 공개)에 도전하고 있는 컬리 등에겐 큰 악재다.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가 힘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화두는 수익성 개선"이라며 "상품과 배송 등 자체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반면, 쿠팡과 네이버의 약진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경쟁에서 밀려가는 사업자들의 긴장감이 더욱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