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북한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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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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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운 논설위원

북한의 막말병이 또 도졌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정치 문외한, 외교 백치의 히스테리적 망발’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싣고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적 미숙아’, ‘외교 백치’, ‘무지무능한 집권자’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0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거래를 경고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기본적인 예의와 상식조차 없는 북한 체제의 저열한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평가할 가치조차 없다”고 맞받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역대 모든 한국 대통령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쥐××’라는 경멸적인 용어를 사용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입에 담지 못할 여성 비하적인 표현을 여러 차례 구사했다.

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2019년 남북 경협 구상을 밝히자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하늘을 보며 크게 웃는다)할 노릇”이라고 조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자 이를 중재한 문 대통령에게 화풀이성 막말을 한 것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는 거침없는 막말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불렀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의 입에서는 ‘불바다’와 ‘분노와 화염’ 같은 맹렬한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김 위원장의 태도는 돌변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그를 ‘강력하고 걸출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운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이 결코 변치 않을 것”이라고 썼다.

같은 상대라도 상황에 따라 막말과 극찬을 널뛰듯 내뱉는 북한 지도부를 신뢰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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