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블랙홀’ 한전, 채권 발행 한도·대출 확대가 묘약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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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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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공룡’ 신세, 채권 발행해야 버텨
정부, 내년 신규 발행 길 터주기 추진
시장 교란 부작용은 이어질 가능성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최근 자금 경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금시장 경색에 불을 붙인 것은 레고랜드 사태지만, 한전이 고금리 채권을 찍어대면서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다른 회사채 수요 씨를 말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전채의 해외 발행을 유도하고 채권 발행 대신 은행 대출 비중을 늘리는 방안 등을 고심 중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채권 발행 규모는 이날 기준 23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발행액은 이미 지난해 발행액 10조32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고, 총 누적 발행액(53조9000억원)의 43.6%에 달한다. 문제는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AAA등급 한전채가 쏟아지면서 AA급 이하 일반 회사채가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도 할말이 있다. 대규모 적자 때문에 채권 발행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채권 발행을 멈추는 순간 전력거래대금 지급 중단 등 심각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전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전력 구매 부담 상승 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이미 14조3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해 연간 적자(5조8601억원)를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이미 정부는 한전 측에 채권 발행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더해 정부는 한전채를 해외에서 발행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은행 대출을 늘리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면 국내 시장을 교란할 여지가 줄어든다”며 “대출 비중 확대는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한전 입장에서는 채권 발행이 대출보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채의 시장 교란 현상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전은 이미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6억불(약 2조2000억원)의 해외 채권을 발행했는데, 무작정 원한다고 추가로 해외 채권 발행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대출 비중을 확대하려고 해도 최근 은행들의 공포 심리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이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 은행 금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는 점은 한전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기 요금 정상화지만, 정부는 고물가 상황 때문에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전 채권 발행 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전이 올 연말 발행 여력을 거의 소진해 내년부터 신규 발행이 막힐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엔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여럿 올라가 있다. 현 상황에서 채권 발행 한도만 키우는 것은 한전 경영정상화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한전채와 같은 우량채권인 국고채의 다음달 발행액을 이달 발행 계획 대비 2조원 줄인 7조원만 발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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