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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미국이 중국보다 더한 기후악당이다?

2023.12.14. 오후 3:09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끝났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데 가장 실효적인 방법을 찾는, 가장 파워풀(powerful)한 회의죠. 아이러니하게도 화석연료의 산실이라고 하는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긴 했지만요. 이번 회의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라는 문구가 합의문에 포함이 될지가 관건이었는데. 결국 담기지 않았습니다.

초안에선 화석연료를 ‘단계적 감축(phase down)’하자는 문구가 들어갔고. 최종 합의문엔 ‘벗어나는 전환(transitioning away)’로 바뀌었습니다. 두루뭉술하지만, 뭔가 하겠다는데 합의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만. (저처럼) 마음 급한 지구인에겐 마뜩잖은 결과입니다.

그래서 ‘언더스탠딩(Understanding)’에서 한번 따져봤습니다. 도대체 어떤 장애물이 있길래 이렇게 더딘 것인지요. 흔히들 기후변화협약 협상을 중동 산유국과 개발도상국의 반발, 그리고 이미 개발을 끝낸 선진국의 압박이란 구도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중국을 ‘기후 악당’으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도 그 못지않은 악당입니다. 다만 교묘히 가려져 있을 뿐. 그 위선적 모습을 한번 보실까요.

우리가 쓰는 에너지 80%가 화석연료에서 온다!

일단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당사국총회(COP26)로 먼저 돌아가 봅니다. 당시엔 석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을 성명서에 담았습니다. 원래 퇴출 문구를 박아 넣으려 했습니다만. 인도가 반대해서 합의문이 바뀌었습니다. 여하튼 없는 것보다야 낫죠. 그래서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다는 걸 진일보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왜냐. 지구촌은 화석연료가 없인 안 돌아갑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원을 보죠. 무려 80.9%가 화석연료입니다. 석탄이 26.8%, 석유가 30.9%, 천연가스는 23.2%. 근 20여년간 지구를 살리겠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50년 전과 비교하면 비중이 불과 6%P 정도 낮아졌을 뿐. 여하튼 다는 아니더라도 석탄은 이제 좀 그만 쓰는 노력을 해보자는 거거든요. 더구나 석탄은 탄소도 가장 많이 뿜어내니까요.

퇴출 아니고 감축이라 김이 샜지만요. 뭐가 다르냐. 단계적 퇴출은 영구적인 감소를 뜻합니다. 석탄발전소를 예로 들어볼까요.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약속은, 2050년 넷제로를 위해 석탄발전소 숫자를 아예 줄이겠다는 겁니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반면 단계적 감축(phase down)은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만 줄이면 됩니다. 발전소를 없애는 게 아니라요. 탄소포집(CCS)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거죠. 결국 쓸 거 다 쓰되, 탄소 잡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습니다.(못 하면 어떡할 건데?) 물론 CCS 기술이 100% 탄소를 잡아내는 게 아니니, 그에 맞춰서 어느 정도 발전소 수를 줄일 순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그 이전엔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맞춰 2050년 넷제로 하겠다는 선언만 있었으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은 건 맞습니다.

기후 대응 리더라는 미국, 정작 석탄 감축엔 서명 안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46개국만 석탄 단계적 감축 성명서에 서명했습니다. 당사국이 198개국인데도요. 중국이랑 인도가 서명 안 한 건 그럴 수 있다 칩시다. 의지가 명확했으니까. 근데 미국도, 호주도, 일본도 서명은 안 했습니다.(하와이와 오리건 등 미국 일부 주만 서명했다는.) 약속을 안 했으니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COP26의 합의 사안에 대한 각국의 입장

https://www.aljazeera.com/news/2021/11/14/infographic-what-has-your-country-pledged-at-cop26

미국은 본인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이끄는 리더 국가라고 자칭하죠. 물론 트럼프 행정부에선 빼고요.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했으니까.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선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백악관 팩트시트를 보면. 2021년 COP26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리더십을 재개했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습니다.(성명서에 서명했다는 얘기는 쏙 빠졌지만.)

하지만 선택은 정반대. 물론 그럴만한 이유는 있습니다. 2021년 기준 미국의 전원구성(Grid Mix)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석탄발전소의 비중이 23%나 됩니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렸다곤 하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 석탄에 의존한다는 얘기인데요. 앞으로 비중 줄이겠다는 계획은 있지만. 그럼에도 약속은 못 하겠다는 겁니다. 혹시 모르니까.

자 봅시다. 석탄발전 비중이 23%인 미국도 약속 못 합니다. 전기는 생존이랑 직결되는 문제니까. 그러면 평균 석탄발전의 비중이 53%나 되는 개도국에 지구를 위해서 그걸 포기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60%나 되고요. 물론 너넨 너무 많다고 말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설득이 되지 않겠죠. 안타깝지만 이게 바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민낯입니다.

석탄도 못 하는데, 석유·가스를 어떻게 줄이나

석탄도 이러한데, 화석연료 전체는 말해 무엇할까요. 이건 훨씬 어려울 수밖에요. 특히나 천연가스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와 붙어갈 수밖에 없는 발전원이기도 합니다. 전력 생산량이 워낙 왔다 갔다 해서, 부족하다 싶으면 바로 터빈을 돌릴 수 있는 전원이 천연가스 발전소뿐이라서요. 그래서 미국도, 유럽도 천연가스를 줄이겠다는 약속은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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