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호사들이 암울하게 보는 사법부, 근본 개혁 서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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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보는 사법부 현실은 대체로 암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의 정치화’와 재판 지연을 문제로 여기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세계일보와 서울변호사회가 변호사 55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법원 최대 현안으로 법관 부족(273명, 49.28%)에 이어 ‘사법의 정치화’(184명, 33.21%)가 꼽혔다. 변호사 10명 중 9명꼴로 재판 지연이 심각(262명, 47.29%)하거나 다소 문제가 있는 편(234명, 42.24%)이라고 답했다. 사법부가 정치에 휘둘리고 있고 재판이 늦어지면서 국민 피해가 크다는 진단이다.

지난 6년간 사법부 수장을 지낸 뒤 엊그제 퇴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을 이유로 검찰 칼을 빌려 전임 ‘양승태 사법부’를 적폐로 몰고 진보 성향의 판사들을 중용했다. 법원장 후보를 판사들 ‘인기투표’로 뽑고 고등법원 부장제를 없애 판사들이 일할 의욕을 잃고 특정세력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6년이 ‘사법부 흑역사’라는 혹평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가 수차례 강조했던 ‘좋은 재판’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재판을 열심히 하는 판사보다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판사들을 우대하는 인사가 계속 이뤄져 판사들이 열심히 재판할 동인이 사라졌다”는 한 변호사의 지적이 뼈를 때린다.

이념 간 진영 대결로 정치와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사법부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법률과 양심에 따른 엄정한 판결로 온갖 분쟁과 갈등을 수습하는 곳이 법원이다. 사법부마저 이념과 진영에 휘둘린다면 국민은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나. 새로 출범할 차기 대법원장의 제1과제도 바로 사법부 정상화, 정치적 중립성 회복이다. ‘사법의 정치화’는 자칫 ‘사법의 실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법부 구성원들은 뼈를 깎는 자기 반성으로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올해 로스쿨 제도 시행 15년을 맞아 사법부 인력 충원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로스쿨 신입생 절반 이상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 자녀들이 로스쿨을 거쳐 사법부를 비롯해 법조계로 진출하는 식으로 기득권 세습이 고착화하고 있다. 특정 사회·경제계층에서만 법조인이 배출되는 건 심각한 문제다. 로스쿨이 사회정의에 부합한지, 개선할 점이 없는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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