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을 둘러싼 정부와 국회 간 '입법전쟁'의 총성이 울렸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기획재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세법개정으로 어떤 계층이 수혜를 보느냐를 따지기 위함이었다. 야당은 '대기업·집부자'에 초점을 맞춘 감세 정책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반면, 여당과 정부는 되려 중소기업·저소득층에 감세 혜택이 더 돌아간다며 맞섰다.
기재부가 밝힌 세법개정으로 예상되는 세수감소분은 향후 4년(2023~2026년)간 13조1000억원에 달한다. 주로 법인세(6조8000억원)와 소득세(2조5000억원)가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야당이 문제 삼은 부분도 법인세(법인세 최고세율 25%에서 22%로 인하)였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이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기업은 과세표준 금액이 3000억원 초과하는 약 103개로 전체 0.01%에 불과하다"며 "정작 법인세 인하 혜택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재벌 대기업 등에 돌아가는 것이 현실인데, 왜 정권 초기부터 재벌들 이익 강화에만 혈안이 되어 있느냐"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를 인하했는데 정작 대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고 사내유보금만 대폭 늘렸다"고도 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2009년 2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 액수는 322조원에서 2013년 589조원을 늘었고, 같은 기간 실물 투자는 33조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되려 70% 넘게 줄었다.
같은 당 고용진 의원도 "국민들은 정말 먹고살기 어려운데 왜 잘 먹고 잘사는 부동산 부자들, 주식 부자들, 재벌·대기업, 이런 사람들한테 우리 세금을 퍼주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다주택자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집 여러채 가진 부자에게는 수천만원 감세 선물을 주고 서민에게는 10만원 주면서 너희들 소득 수준에는 이것도 많으니 소중하게, 감사하게 받으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여당은 현행 법인세 부담이 과도한 부분을 문제 삼으며 정부 정책을 감쌌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해서 법인 세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3.0%인데 우리는 4.3%로 굉장히 높다. 그래서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야당의 지적에 맞섰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더해, 특례세율(10%) 적용도 들어가 있다. 정부안은 특례세율 적용을 과표 2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렸고, 이 조치로 10여만 개의 중소기업이 감세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배 의원도 이를 언급하며 '부자 감세'만을 위한 개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도 올해 세법개정으로 '저소득층이 더 큰 수혜를 입는다'고 반박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급여 3000만원인 분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30만원 세금을 내던 데에서 8만원을 덜어주는 것이다. 세금을 27% 덜 내게 하는 것"이라며 "총급여 1억5000만원인 경우 현재 소득세로 2430만원을 내고 있는데 이번에 24만원을 덜어주기로 했다. 1%만 덜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감면액이 절대적으로 작지만 상대적으로는 훨씬 큰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부자 감세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법인세 인하의 실효성에 대해선 "법인세 인하와 세금을 낮춰주면 분명 투자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부세 개편이 부자 감세란 지적엔 "원래 인별 합산해서 누진과세로 부동산 가액이 많은 분이 훨씬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인데 2019년에 부동산 투기 억제 목적으로 다주택자란 개념이 또 들어온 것"이라며 "가액에 따라 세금을 더 내는 구조는 동의하는데 주택 수로 징벌적 과세체계를 또 둘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종부세 개편은 너무 징벌적으로 부동산 투기 관리 목적으로 운영되던 것을 정상화하는 것이지 부자 감세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적절한 시점에 유류세 50% 탄력세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필요한 경우 적절한 시점에 유류세 50% 탄력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는 2024년 말까지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범위를 현재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오는 2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되면 탄력세율을 고려한 실제 유류세 인하 가능 범위는 현재 최대 37%에서 최대 55%까지 확대된다.
법이 개정되고 정부가 유류세를 다시 최대폭으로 인하한다면 휘발유 기준 세금이 리터당 최대 148원 추가로 내려갈 수 있다. 유류세 조정 범위는 세법으로 결정하는 사항이지만, 유류세 탄력세율은 시행령 사항이므로 정부 재량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정부는 또 이달 중 추석 민생 안정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대비해 밥상물가 안정과 필수 생계비 경감 등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선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해 역대 최고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단순하지만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도 법제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