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TSMC도 도입 이어져, 2나노 공정에 필수
2나노 시장에서는 승기 잡기 위해 삼성 총력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노광장비인 '하이 뉴매리컬애퍼처(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화성캠퍼스에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 NA EUV는 2나노미터(1nm=10억분의1m) 이하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장비로, 삼성전자가 2나노 이하 공정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1위 기업인 TSMC 추격을 위해 초미세공정 기술력을 확보하고,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ASML이 생산하는 첫 하이 NA EUV 장비인 'EXE:5000'을 화성캠퍼스에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비는 5000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장비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ASML만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하이 NA EUV 설비에 대한 공정 적용 평가를 진행해왔고, 2나노 이하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활용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EUV 노광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극자외선을 쪼여 나노 단위로 회로를 그린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 전력이 줄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하이 NA EUV 장비는 기존 EUV 장비에서 성능을 한 차례 더 끌어 올렸다. 하이 NA는 렌즈와 반사경 크기를 늘려 빛의 집광능력을 나타내는 수치인 NA를 0.33에서 0.55로 끌어올린 장비다.
이에 하이 NA EUV는 2나노 이하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로 평가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하이 NA EUV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인텔은 지난 2023년 ASML의 첫 하이 NA EUV를 납품받는 등 총 6대의 장비 구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TSMC도 최근 해당 장비를 반입하며 2나노 공정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장비 도입은 삼성전자에게 '역전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따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4·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로 지난 3·4분기보다 2.4%p(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9.1%에서 8.1%로 1%p 하락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2나노 시장에서는 승부를 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TSMC는 이미 지난해 말 진행한 2나노 시험생산에서 60%의 수율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도 이번에 초미세 회로 구현을 위한 준비에 나서면서 2나노 이하 반도체 공정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하이 NA EUV 장비 설치를 마치고, 본격적인 생태계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취임 후 임직원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며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생산능력 증가)을 첫 과제로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