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말고 팁을 최고 45% 내라고? 美식당들의 ‘팁 인플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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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05. 오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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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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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행의 뉴욕 드라이브] 15% 정도가 암묵적 룰이었지만 팬데믹 이후 구인난에 크게 올라

미국에서 물가가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팁(tip·봉사료) 인플레이션’이란 말이 등장했다. 최근 치솟은 팁마저 가계 지출을 높였다고 지목된 것이다. 식당·미용실·택시 등 서비스 노동자에게 고객이 자발적으로 고마움을 표하는 서구 문화인데, 사실상 가격에 포함되지만 공식 통계엔 잡히지 않는다.

미국 식당에선 식대의 15% 정도를 종업원에게 주는 게 암묵적 룰이었지만 이는 옛말이 됐다. 뉴욕 등 대도시 식당에서는 손님이 팁을 계산하기 편하게 영수증에 세 가지 정도 팁 액수(음식 값 대비 팁 비율)를 예시로 제시하고 고객이 그중 하나를 고르도록 한다. 그런데 1~2년 전부터 그 예시가 18~20%에서 시작해 30%에 이르는 곳이 태반이다. 예컨대, 50달러어치 식사를 하면 세금에 팁까지 모두 65~70달러를 내게 된다. 심지어 3단계 팁을 ‘25·35·45%’로 최고 45%까지 제시하는 곳까지 나와, ‘팁 소름(creep)’ ‘팁 피로(fatigue)’란 신조어도 생겼다고 CNN은 전했다.

팁 인플레의 근본 원인으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구인난이 꼽힌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업체들이 소비자 ‘호의’에 기대 전가한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는 3일(현지 시각) 10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 금리를 16년래 최고치인 5.25%까지 올리면서 “여전히 인플레가 떨어지지 않고 있고 노동시장도 더 냉각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팁 인플레에서도 이런 모습이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신용카드 결제용 디지털 기기가 확산된 것도 팁 인플레를 부채질하는 요소라고 경제 매체 포천은 전했다. 과거 햄버거·커피 등을 파는 테이크아웃 식당이나 식료품점에선 팁을 안 내거나 동전 등을 통에 넣으면 됐지만, 요즘은 계산대에서 점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터치스크린에 20~30%가량의 팁 예시나 ‘노 팁(no tip·팁 없음)’ 선택 버튼을 띄우고 그중 하나를 누르게 한다. 소비자들은 “‘길트 티핑(guilt tipping·죄의식 때문에 주는 팁)’을 강요한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키오스크(무인 주문대)에 팁을 요구하는 결제창을 띄워 “사람이 없는데 기계에 팁을 주란 말이냐”는 비판을 낳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팁 인플레에 지쳐 팁 지출을 줄이는 추세다. 팁을 안 줘도 되는 형태의 포장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플레이USA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17%가 “살림이 어려워 예전보다 팁을 덜 주고 있다”고 했으며, 10%만 “물가 상승을 감안해 팁을 더 준다”고 답했다. 마켓워치 조사에서도 “팁을 20% 이상 준다”는 답이 2021년 56%에서 2022년 43%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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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미국과 한국의 여러가지 문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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