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후쿠시마의 2.6배와 10.6배... 프랑스와 중국의 ‘방사능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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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03. 오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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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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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 라아그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장./로이터 뉴스1

프랑스 파리 사람들의 단골 휴가지 노르망디의 라아그(La Hague)엔 프랑스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장이 있다. 원자로에서 나온 핵연료봉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해내고 나머지를 폐기물 처리한다. 2021년 11월 이 시설을 방문했다가 “지난해 (바다로) 방출된 삼중수소 방사능이 58조 베크렐”이란 자료를 봤다. ‘조’라는 단위에 깜짝 놀라 물으니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이 매년 한국 바다(서해)에 흘리는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밖에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그때는 반신반의하며 넘어갔다. 이제 보니 58조 베크렐은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를 통해 바다에 내놓겠다는 한 해 22조 베크렐의 무려 2.6배였다. 이 시설은 게다가 1976년부터 가동되어 왔다. 지난 47년간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능을 바다에 투기한 셈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지옥’과 ‘죽음의 바다’를 언급하는 소셜미디어상의 말이 맞다면 프랑스는 이미 여러 번 전 세계 바다를 황폐하게 만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중국은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서해에 맞닿은 중국 다롄(大連)의 원전에서 90조, 상하이 인근 친산(秦山)의 원전에서 143조 등 매년 도합 233조 베크렐의 방사능을 삼중수소로 쏟아내고 있다. 후쿠시마의 10.6배다. 게다가 직접 우리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흘러든다. “일본의 핵 폐수 방류는 제2의 태평양 전쟁”이란 일부 정치인의 논리를 따르면, 중국이 6·25 이후 70여 년 만에 우리 영해에 ‘핵 침공’을 해 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중국 타이산 원전./EDF 에너지

라아그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1997년과 2019년 그린피스가 대규모 시위를 한 적도 있다. 이런 와중에도 이 지역서 잡힌 물고기는 몽솅미셸·상말로 등 한국인이 북적이는 인근 관광지는 물론 프랑스 전역에 납품된다. 천일염 중 명품으로 손꼽히는 프랑스산 게랑드 소금 염전도 260㎞ 거리로 멀지 않다. 그러나 여태껏 방사능이 무서워 프랑스 해산물이나 천일염을 안 먹는다는 이야기는 프랑스와 한국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중국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억달러(수천억원)어치의 중국산 수산물을 수입했다. 하지만 방사능 때문에 중국 해산물을 거부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중국이 서해를 삼중수소로 오염시키고, 방사능 식품으로 한국인의 건강을 해친다며 투쟁하는 이들도 못 봤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을 우려할 필요가 없단 얘기가 아니다. 거리와 인터넷에서 투쟁 중인 이들의 목적이 정치적 선동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건강’이라면 더 심각한 곳부터 문제 삼아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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