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HMM 매각과 글로벌 해양도시 부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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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지난달 20일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식매각공고를 게재함으로써 HMM의 매각 절차가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HMM은 도산 직전인 현대상선에 산업은행의 채권을 지분전환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선복량 85만TEU의 세계 8위, 국내 1위 선박회사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주식전환조건부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당시 판단으로는 회사가 채무를 변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채권만기에 지분전환할 수 있도록 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해상운임의 유례 없는 상승을 초래하여 HMM은 단숨에 세계 8위의 선박회사로 기사회생하게 되었다. 2017년 8월, 2분기 연결 매출액 1조2419억 원, 영업손실 1281억 원이던 회사가 2022년 4월 자산총액 17조7670억 원, 2022년 영업이익 9조9455억 원, 당기순이익 10조662억 원을 달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올 2분기 HMM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줄어든 2조1106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90.9% 급감한 2669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해운업 침체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남에 따른 해상운임의 정상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제부터는 고효율 선박의 확보, 비용의 최소, 종합물류회사로의 진출 등 사업의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필자는 2016년의 경험상 운임정상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자부담과 같은 금융비용에서 벗어나고 기업의 운영경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현금유동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또 주가를 적정선으로 유지함으로써 주주이익을 보호하는 것도 우량기업으로 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매각 과정에서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영구채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고 채권을 회수할 것인지도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1·2대 주주인 산업은행(3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는 오는 10월 만기가 예정된 영구채 1조 원을 주식으로 전환한 후 매각할 계획인데, 이들 지분율은 기존의 40.65%에서 57.88%까지 올라가게 되고 주식 가액을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5조~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시점에 발행주식의 확대는 주가의 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산업은행이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입장에서는 적기에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향후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배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없지 않다. 반면 HMM의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5개 기업의 현금확보능력은 시장에서 그리 높게 보고 있지 않다. HMM이 보유하고 있는 10조 원 규모의 현금을 보고 HMM 인수에 뛰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10조 원이 사업 다각화를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에 사용되어야 하는데 인수 후 인수대금의 일부를 유보금으로 충당할까 하는 우려를 하는 시각이다.

필자는 사업의 다각화도 중요하지만 우선순위에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채권을 우선정리해 차입 없는 경영과 주주 가치 제고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애초에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영구채를 발행한 것이기 때문에 최소 이윤만 확보하고 채권을 정리하면 좋겠지만, 배임의 문제 등도 있어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오히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을 매입해서 자사주 소각 형태로 유보금을 이용한 채무정리를 우선해 기업의 자산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서 매각을 원활하게 하면서 채무 없는 경영의 원년으로 새 출발 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한편 부산시가 추진해 오고 있는 해양금융중심지, 해사법원 설치 등 많은 정책 과제가 해운회사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HMM의 매각 시점에 부산시가 정책적 또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서 순조로운 매각과 국내 최대 선사의 본사를 부산 유치하는 묘수 찾기에 고민해 볼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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