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에 도전하는 증권사…'매도리포트' 비중 작년 2배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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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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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및 비중축소 의견 올해 5건 나와…비중 0.074%
2022년 매도리포트 비중 '0.042%'에서 급증
공매도 결탁 민원에 서면질의 헤프닝도
"발행 활발해지면 리서치 전반 신뢰도 높아질 것" 기대감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팔아라’라는 말이 금기어처럼 여겨지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달라지고 있다. 비이성적으로 급등한 2차전지 과열에 맞서 여의도가 ‘매도 리포트’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상장사와 투자자들의 눈치 보기에 매수 일변의 리포트만 내던 증권사가 앞으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8일 금융투자업계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 투자의견에 ‘매도’를 붙인 증권사 리포트는 3개로 집계됐다. 실질적인 ‘매도’ 의견으로 볼 수 있는 ‘비중 축소(Under Weight)’ 리포트도 2개가 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발간된 리포트(6762개) 중 0.074%에 달하는 규모다.

물론 비중 자체는 미미하지만, 지난해 전체(0.042%)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2021년 전체 발간된 리포트(1만4602건) 중 매도리포트는 8건으로 0.055%에 불과했고, 2022년 역시 전체 발간 리포트(1만4165건) 중 매도 의견은 6건으로 0.042%에 지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아직 상반기가 다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매도리포트는 10개 이상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나온 첫 번째 매도 리포트는 2월 한화투자증권의 카카오뱅크(323410) 분석이었다. 당시 카카오뱅크가 건전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플랫폼 기능이 악화하고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어 5월에도 카카오뱅크에 대한 매도 의견을 다시 한 번 내놓았다. 제주항공(089590)에 대해서도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3월 매도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리포트는 에코프로(086520)의 비중축소 의견 리포트(4월 12일 발간)였다. 연초부터 4월 11일까지 646.6% 급등하던 에코프로(086520)는 2차전지 과열 논란 한 가운데 섰다. 이에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가총액이 5년 후의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섰다”며 “동종업계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장 잘 된 위대한 기업이지만 (당시 시점 기준)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주가는 2거래일간 20%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유진투자증권도 한 달 뒤 에코프로비엠(247540)에 대해 과열이 심화돼 있다며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제시했다.

물론 매도 리포트에 대한 불편한 눈빛은 여전하다. 특히 ‘공매도’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을 의심한 투자자들의 민원에 금융당국의 서면질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매수’ 일색이던 증권사들의 리포트에 매도 의견들이 조금씩 싹트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 의견은 0.1% 채 되지 않는 가운데, 정확한 분석에 입각한 자유로운 의견이 나와야 투자자들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의 경우 기업들에 대한 수수료 의존도가 높다 보니 매도 의견을 냈을 때 기업과의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에 매도 의견을 쉽게 내놓지 못한다”면서 “다양한 투자의견을 담은 리포트 발행이 점차 활발해지면, 투자자들의 리서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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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경 기자입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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