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돼 오는 8∼9월에 하루 최대 20만 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13일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한 방역·의료 대책을 내놨다. 예전과 달리 사적 모임의 인원과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제한했던 강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잘한 결정이다. 오미크론 출현으로 코로나19의 중증도가 낮아졌고 백신과 치료제 덕분에 치명률이 독감과 비슷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동반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독감처럼 증상이 있으면 동네 병·의원에서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호흡기환자진료센터를 늘려 나가기로 했다. 현재 동네 의원 3곳 중 1곳이 호흡기진료센터지만, 이중 진단검사와 함께 치료제 처방 및 대면진료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곳은 아직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부 말대로 원스톱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을 빨리 늘려 나가야 한다.
정부의 이번 코로나 대책 방향은 잘 잡혀 있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우선, 50대 이상에 대해 4차 접종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과학 방역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50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절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청년층에 비해선 고위험군이니 4차 접종을 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4차 접종의 이득과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비교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성인의 95% 이상이 한 차례 이상 접종한 상황에서 5%에 불과한 미접종자의 사망 위험을 4차 접종의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의 설명은 실소를 자아낸다.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에 대한 불신과 백신 부작용에 대한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4차 접종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 60세 이상 4차 접종률은 지난 한 달 가까이 30%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집단감염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근본적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19 전체 사망자의 약 절반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포함한 노인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해 온 대책을 다시 내놨다. 집단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병실당 환자 수를 줄이고, 간병 인력을 늘려 한 사람이 여러 병동에 감염을 전파하지 않도록 하고, 간호사를 늘려 감염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당장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이유로 2년 반째 미루고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노인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숨지는 이른바 ‘코호트 고려장’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 현재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 10개 중 9개가 비어 있지만, 요양원과 요양병원 집단감염으로 노인 중환자의 약 절반은 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숨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노인 중환자를 받지 않는 종합병원에서 재유행으로 환자가 늘어나면 노인 환자들은 더 갈 곳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재유행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부족한 점들을 조속히 보완해 국민이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로 겪었던 어려움을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