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천국’ 스웨덴, 갱단 폭력에 경제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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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총기 범죄 사망률 2위…15~20세 30% ‘조직범죄’ 연루
빈곤·불평등 확대가 원인…중앙은행 총재 “성장 잠재력 훼손”
‘복지 천국’ 스웨덴에서 갱단 폭력으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중앙은행 총재가 경고했다.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의 에리크 테덴 총재는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하면서 스웨덴의 최대 자산은 시민들과 당국의 상호 신뢰인데, 최근 비등하는 갱단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이 같은 신뢰 자산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테덴 총재의 경고는 최근 스웨덴의 갱단 폭력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스웨덴에서는 총기 사고로 62명이 사망해 2021년(45명)보다 38% 증가했고, 올해도 50명 이상이 사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이상 유럽 국가들 중 스웨덴의 인구 10만명당 총기 범죄 사망률은 2010년 14위였으나 2021년에는 알바니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높은 총기 범죄 사망율의 중심에는 갱단 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 스웨덴 갱단들은 이권 다툼 과정에서 상대 조직원을 대상으로 총격, 폭탄 테러, 수류탄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갱단 조직원에 의한 폭탄 공격이 139건 발생했다. 대도시에서 주로 발생했던 갱단 폭력은 최근에는 더 작은 도시들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갱단 사이의 폭력으로 평범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사건도 잇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70세 남성과 20대 남성이 중부 산드비켄의 한 주점에서 벌어진 갱단 조직원들 간의 총격전으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 달 웁살라 인근에서는 갱단 조직원의 가족을 노린 폭탄이 터지면서 이웃에 살던 24세 교사가 사망했다.

20세 미만 청소년들이 조직 범죄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갱단 폭력에 연루된 15~20세 인구 비중은 2012년 16.9%였으나 지난해 29.7%로 뛰었다. 갱단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15세 미만 청소년들을 비싼 옷이나 현금으로 유혹해 마약거래나 청부살인에 동원하고 있다. 지난 9월 스톡홀름에서는 갱단 폭력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13세 소년이 머리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스웨덴 국립범죄예방위원회 연구원 클라라 라딜로바셀린은 BBC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스웨덴의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스톡홀름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기업 10곳 중 8곳은 폭력 문제 때문에 외국인 인재 고용, 외국인 투자, 외국인 관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정은 전임 사회민주당 정권의 느슨한 이민정책과 실패한 사회통합 정책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이민자 비중이 약 20%로 늘었으나 이들을 지역사회에 제대로 통합하지 못해 범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빈곤과 불평등의 확대가 스웨덴에서 폭력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짚었다. 범죄 발생 비율이 높은 ‘취약지역’의 실업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21년 0.333으로 1975년 측정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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