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들의 암울한 결혼∙출산 인식…. 비혼출산 적극 포용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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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출산을 원하는 노윤아(왼쪽·가명)씨와 이현정(가명)씨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국회 국정감사를 위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냈던 설명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의 비혼 여성 중 26%가 비혼출산을 고려할 정도지만, 저출생의 나라이면서도 이들의 출산권은 막고 있다. 전혼잎 기자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 비중이 10년 전보다 20%포인트나 줄었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다는 청년이 과반이다. 이대로면 획기적 저출산 대책이 없는 한 반전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주목할 건 결혼 없이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청년이 10명 중 4명이라는 점이다. 비혼출산 장벽을 허무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거란 의미일 것이다.

통계청이 어제 내놓은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19~34세) 의식변화’를 보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암울하다. 결혼에 긍정적인 청년은 10년 전 56.5%에서 작년 36.4%로 떨어졌다. 결혼을 해도 53.5%는 자녀가 필요 없다고 여긴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지만, 이런 흐름을 뒤바꾸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비혼출산 동의율이 10년 전 29.8%에서 작년 39.6%까지 올라선 대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만 낳고 싶은 청년이 늘고 있는 현실을 투영한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비혼출산 비율은 2.0%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40%이고 프랑스가 62%에 달하는 것과는 현격한 격차다.

이는 국내의 현실적 장벽 탓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보조생식술(인공수정, 시험관시술)을 이용한 비혼출산을 금지하는 윤리지침을 병원들에 내려보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정을 권고했음에도 요지부동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부부에 한해서만 난임을 인정하고 있어서라는데, 보건복지부조차 “난임 부부 지원을 위한 법일 뿐”이라며 비혼출산이 불법은 아님을 인정한다.

인식 변화에 발맞춰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학회의 지침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만 내놓는 것은 면피에 가깝다. 이제라도 학회와 병원들이 움직이도록 적극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한다. 논란 자체를 불식시키려면 국회도 나서야 한다. 비혼도 보조생식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저출산을 걱정하면서 아이를 낳고 싶은 이들조차 막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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