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시작됐나…고통 속 조정 기다리는 투자자들[이번주 美 증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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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22. 오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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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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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나스닥지수는 3%, S&P500지수는 1.6% 상승하며 두 지수 모두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혹독한 침체장을 경험한 후 '더 오르기 힘들 텐데'라는 생각으로 증시를 바라보던 투자자들은 착잡하기 이를 데가 없다.

'랠리를 놓치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과 '지금 들어가면 물리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조정이 오면 반드시 들어가리라'며 하락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월가 격언처럼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오를 땐 큰 폭으로, 떨어질 땐 소폭으로 움직이며 좀처럼 매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부채한도 협상에 달린 美증시


이런 상황에서 22일(현지시간) 재개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장간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이번주 증시 운명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부채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이르면 오는 6월1일 역사상 처음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CNBC에 따르면 AXA 인베스트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렉 바숙은 지난주 증시 상승에 대해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연준(연방준비제도)이 단기간 내에 매파적 금리 정책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강세론자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부터 시장의 관심사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었는데 이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자락에 접어들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 결과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종결론에 힘 실은 파월


통화정책 책임자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9일 연준이 주최한 토마스 라우바흐 리서치 콘퍼펀스에서 직접 금리 인상 종결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은행 분야에서 일어난 상황 변화는 신용 요건을 긴축시키는 요인이며 이는 성장과 고용, 물가를 억누르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 결과 은행 혼란이 없었을 경우 올려야 했던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음 달(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 인상을 중지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라는 평가가 나왔다.



고통 거래에 빠진 투자자들


CNBC에 따르면 투자자문사인 KKM 파이낸셜의 CEO인 제프 킬버그는 은행위기 조짐 속에 증시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급격히 매도 포지션을 정리한데다 랠리를 놓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조급한 매수로 최근 증시가 강하게 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가 지난주 16~17 수준에 머무른데 대해 "옵션 트레이더들은 미국 정부가 실제로 디폴트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S&P500지수가 4450까지 지속적으로 올라 그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스권 상단(4200)은 뚫을 것으로 보이고 저항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증시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 거래'(pain trade)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통 거래란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특정 방향으로 시장 포지션을 취했는데 시장이 이 포지션과 반대로 움직이는 상황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증시의 랠리는 대다수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도둑 같이 슬금슬금 이뤄졌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미치는 "고통 거래"는 S&P500지수가 4400(지난 19일 현재 4192),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0%(현재 3.7% 수준) 수준으로 오를 때이다.



또 다른 자산 버블인가


다만 최근의 랠리에 대해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은 지난 19일 투자메모에서 "투기적 버블에서 펀더멘털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며 최근 증시 상승세와 인공지능(AI) 관련주라면 무조건 오르는 상황에 대해 주가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치솟는 과열현상(melt-up)이라고 표현했다.

UBS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헤펠레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자신은 펀더멘털상 비관적이지만 경제 여건이 고비를 넘겨 시장이 잘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임금 인상률을 앞서면서 소비자들은 저축을 줄이고 생계비를 맞추기 위해 저축을 쓰거나 대출을 받는다"며 "하지만 신용카드 연체율은 여전히 낮고 인플레이션은 하락하고 있으며 소비자 신뢰도는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질 임금 인상률이 플러스가 될 때까지 미국 소비자들이 생계비에 모자란 소득을 메우는데 성공할 수 있다면 성장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탄탄할 수 있으며 시장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FOMC 의사록-엔비디아 실적


이번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간 부채한도 협상이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가운데 오는 24일 FOMC 의사록 공개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도 주목된다.

FOMC 의사록은 5월 금리 인상이 이번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 금리 인상이었는지 유추할 수 있는 좀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전망이다.

AI 대장주로 자리잡은 엔비디아의 실적은 AI 열풍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발표될 지난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준이 가장 신뢰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이기 때문이다.

22일에는 JP모간이 투자자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데 은행권에서 발생한 혼란이 진정되고 있는지, 대출 여건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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