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전공의들…"생활비 벌려고 쿠팡 물류센터 단기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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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07.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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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 자녀 많지만 다 그런 것은 아냐…생활비 마련해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고소득층 자녀가 많기야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당장 마이너스 통장 이자 갚아야 한다는 친구도 있고…"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보름째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생계형' 전공의들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당장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뇌 수술에 대한 동경으로 지난해 12월 대학병원 신경외과에 지원한 예비 레지던트 A씨는 식당 홀서빙, 행사 지원팀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다. A씨는 근무가 예정된 병원에 임용 포기 각서를 제출했지만 반려돼 다른 병원에서는 일할 수 없는 상태다. A씨는 6일 머니투데이에 "대학병원 무계약 임용 상태라서 피부, 미용 병원에서는 근무할 수 없다"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메디스태프, 넥스트메디신 등 저연차 의사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도 A씨처럼 아르바이트 구직을 하고 있다거나 근무 후기를 전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한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 근무가 예정됐던 B씨는 머니투데이에 "파업 이후에 쿠팡이나 다이소 물류센터에서 틈틈이 단기성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주에 80시간씩 하던 병원 일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돼 많이들 쉬고 있는 중인데 생활비 마련이 필요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싼 의료체계는 대형 병원이 전공의 비율을 높여 인건비를 절감해 가능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전공의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정이 존중받지 못하니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미국, 일본 의사 시험에 응시하겠다고 기출문제를 번역해서 푸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정부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해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한 지난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지만 전공의 복귀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정부가 정한 전공의 복귀 시한 기준 병원에 돌아온 전공의 숫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100개 수련병원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총 565명으로 전체 1만3000명의 4.3%이다.

대학병원 교수 C씨는 "기존에도 전공의는 최저시급으로 주 80시간 근무했는데 그래도 나름 보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며 "수련 자체가 힘든 과에서 1, 2년 차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 수련병원에 근무하던 전공의는 "우리 병원은 (미복귀가) 사실상 100%"라며 "신규 인턴과 기존 레지던트, 신규 펠로우도 전부 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병원 전공의도 "간혹 외국인이라 비자 문제가 있는 경우에 복귀 의사를 표한 사람을 보기는 했다. 넉넉잡아 95% 이상은 병원을 나와 있다고 체감한다"며 "단체행동 기류가 있으니까 마지못해 참여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 보지만 극소수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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