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에 또 CFD 매물 폭탄 … "다음 하한가는 어디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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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12. 오후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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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G發 2차 폭락 ◆



스위스 2대 은행이었던 크레디트스위스(CS)의 몰락을 불러온 파생거래 차액결제거래(CFD)발 매도 폭탄이 한국 증시를 또 흔들고 있다.

CFD 계좌를 통한 주가 조작 여파로 지난달 8개 종목이 폭락한 데 이어 12일 다시 2개 종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됐다.

보유한 돈보다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CFD 계좌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온다. 이미 전문가용 투자 수단이라는 당초 취지에서 크게 벗어났음에도 금융당국이 CFD 제도를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CFD 거래잔액은 2조7000억원대에 달해 추가로 폭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디와이피엔에프와 신대양제지 주가 급락은 장 시장 직후 한 증권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오전 9시 3분 한 증권사 창구에서 신대양제지 매도 물량 17만4955주가 나왔고, 디와이피엔에프도 오전 9시 4분에 9만9300주가 쏟아졌다. 지난달 24일 이후 지난 11일까지 신대양제지 일평균 거래량이 1만8000주, 디와이피엔에프는 3만5000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물량이다.



개장과 동시에 매도 물량이 쏟아진 점에 비춰볼 때 신용융자 담보 부족으로 인한 반대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에선 보고 있다. 신용융자비율이 높은 이들 종목 주가가 최근 하락하면서 돈을 갚지 못한 개인투자자들 계좌 내 주식에 대해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8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불러온 CFD에서도 대규모 반대매매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두 종목 매도 상위 창구에 SG증권·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가 포진해 있어서다. 국내 증권사들은 CFD 계좌 거래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거나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서 하는데, 현재 외국계 증권사는 SG증권과 모건스탠리뿐이다. 일각에선 전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CFD 계좌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매도 물량을 털어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들 두 종목은 지난달 CFD발 주가 폭락을 겪은 8개 종목과 유사점이 있다. 2020년 3월 5100원대였던 신대양제지 주가는 지난해 3월 9700원까지 상승했다가 액면분할 직전인 지난 2월에는 8400원 수준을 기록했다. 디와이피엔에프 주가는 2020년 3월 8460원에서 급락 직전에 4만7000원대까지 5.5배가량 급등했다. 이 기간 신대양제지 당기순이익은 457억원에서 513억원으로 10%가량 증가했고, 디와이피엔에프는 순손실로 전환했다.

신용잔고율이 높고 유통주식비율이 낮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날 기준 디와이피엔에프 신용잔고율은 7.91%로 국내 증시 평균 3% 안팎에 비해 높다. 주가가 전고점을 형성했던 올해 초에는 9%까지 올랐다. 신대양제지 신용잔고율도 5.45%로 높은 편이다.

유통주식비율도 낮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디와이피엔에프의 발행주식 수 대비 유통가능주식 수 비율은 19%이며 대표이사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47%다. 신대양제지도 유통주식비율이 36%에 불과하며 최대주주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54%에 달한다. 국내 증시 평균 유통주식비율은 50%대다.

디와이피엔에프는 이날 주가 폭락은 사측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과도한 주가 하락에 대해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으나 주가에 악영향을 줄 만한 내부적 요인은 전혀 없다"며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1분기 보고서도 기간 내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에 이어 반대매매로 인한 주가 급변동이 계속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언제 어떤 종목이 하한가 사태를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생기고 있다. 특히 CFD 계좌에서 매물 폭탄이 쏟아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양정숙 의원실(무소속)에 따르면 3월 말 국내 13개 증권사의 CFD 거래잔액은 2조7697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반대매매 대상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증시 하락과 맞물려 일부 투자자는 주가 하락을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2016년 CFD 거래에 대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82% 투자자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에서는 CFD 계좌에 대한 전수조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CFD 계좌가 총 3400개인데 전수조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디와이피엔에프 주주라고 밝힌 한 투자자는 이번 반대매매 원인이 자신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 있었다는 취지로 글을 작성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자자는 "디와이피엔에프 리서치에 3년을 투자했다"며 "회사가 저평가됐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매입했고, 결국에는 큰 레버리지까지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강인선 기자 / 강민우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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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일경제 증권부 강인선 기자입니다. 한국과 미국 주식에 대해 씁니다.

사람의 결을 읽고, 세상의 맥을 짚습니다. 매일경제 김명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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