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일부 반발 "예산 감축 기조와도 어긋나"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와 요르단 등 중동 파트너 국가가 팔레스타인 난민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그들의 집을 재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구상과는 차이가 있다. 트럼프는 가자지구 주민을 인근 국가로 분산 이주시켜야 하며 이들이 '영구적으로'(permanatly) 정착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주택 재건에 관해서도 가자 주민을 위한 집보다는 "전 세계의 집" "중동의 휴양지" 등 표현을 사용해 부동산 개발업자처럼 말했다는 현지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
이와 관련 취재진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영구 정착' 발언과 방침이 달라진 거냐고 묻자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건 노력을 위해 가자지구에서 일시적으로 이주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투입 가능성' 발언에도 좀 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지상에 군대를 투입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동 사람들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재건 노력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했다"며 "이는 가자지구에 군대를 투입하거나 미국 세금을 쓰겠다는 의미가 아니며, 트럼프가 역내 파트너들과 협상을 이룰 것이란 의미"라고 강조했다. 다만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며 그 이유를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구상을 장기간 검토해왔다고 밝혔지만 백악관은 '초기 단계'라고 했다. 트럼프의 구상에 대한 사전 서면 계획이 있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레빗 대변인은 "이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면서 쓰인(written) 것"이라고 답했다.
과테말라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관해 "적대적인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매우 관대한 제안"이라며 "사람들이 가자지구에 다시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미국이 전쟁 잔해를 치우고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가자지구로 돌아와 사는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인지 여부는 특정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NYT는 가자지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백악관과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당황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당국자 4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구상의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무부나 국방부와도 사전 협의하지 않았으며 해당 구상을 담당하는 실무진 그룹도 없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 직전 해당 구상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아랍권과 유럽 등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트럼프를 대체로 지지하는 공화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그의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충분히 혼란스러운 지역에 미군을 파견하려는 제안은 매우 무서운 일"이라고 밝혔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나는 내가 미국 우선주의에 투표한 줄 알았다"며 "미국의 재정을 어렵게 하고 군인들의 피를 흘리게 하는 또 다른 점령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 공화당 하원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의 구상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공화당이 추진하는 예산 감축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