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이 사양산업? 노!… ‘혁신 선봉장’이죠

입력
기사원문
김민영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요즘 ‘중후장대’ 기업들엔 ‘환골탈태’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한국 경제를 이끌던 굴뚝산업에서 기피 업종으로 폄하됐던 제조 대기업들은 발빠르게 재도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굴뚝에서 연기가 멈추고 혁신의 기운이 넘쳐흐른다. 중후장대는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제품을 다루는 업종을 지칭한다.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등의 제조업이 해당한다.

철강만 하던 포스코 아니네

전남 여수시 포스코그룹 2차전지 클러스터 전경. 포스코홀딩스 제공

대표적인 곳이 포스코그룹이다. 주력회사인 포스코는 2000년대 중반까지 산업계를 주름잡던 철강회사였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꺾이면서 한물간 업종으로 취급받았다. 절치부심한 포스코는 10년 뒤를 내다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양극재, 음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생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포스코퓨처엠이 있다. 지난 2010년 리튬 2차전지용 음극재 사업에 이어 2018년 양극재 사업에 진출한 포스코퓨처엠은 한국에서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자리한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광산권, 호주 리튬 광산 지분 인수에 이어 향후 3년간 그룹 전체 투자비의 46%를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또한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그룹은 철강,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을 7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그룹의 사업 영역을 재편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9일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중심의 연구·개발(R&D) 시너지 체제를 마련하고 신사업에 대한 우수 벤처 지분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특허 확보, 혁신기술 내재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이 이런 사업도 한다고?”

두산그룹도 무서운 속도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2020년 두산건설로부터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으로 옮겨붙으면서 곤욕을 치렀다. 휘청거렸던 그룹이 약 2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건설을 매각하고, 두산중공업은 두산에너빌리티로 탈바꿈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가스 터빈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했다. 특히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SMR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2019년부터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SMR 모델은 2020년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 심사를 업계 최초로 통과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전용 가스 터빈을 개발한 데 이어 오는 2027년 400㎿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지난해 수소 터빈 연소기의 ‘30% 혼합연소(혼소)’ 시험에 성공했고, 국책과제로 50% 수소 혼소 및 수소 전소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이 부생수소 연료전지 114대를 납품한 충남 서산시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두산 제공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는 전력 효율이 높고, 기존 제품보다 약 200도 낮은 620도에서 작동해 기대 수명이 길다. 올해 전북 군산시 새만금 산업단지에 50㎿ 규모의 SOFC 공장을 준공하고, 양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여기에다 두산그룹은 세계 첫 수소 드론을 개발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분야 한국 시장 점유율 1위 두산테스나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2015년에 설립한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부터 줄곧 한국 협동 로봇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 판매가 늘면서 한국 기업 최초로 ‘글로벌 톱5’에 진입하기도 했다. 두산 관계자는 “올해 창립 127주년을 맞아 ‘변화 DNA’를 바탕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도 친환경으로… 자율운항 시대 ‘성큼’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인도한 친환경 메탄올 추진 석유화학제품운반선. HD현대 제공

조선업계에선 HD현대그룹이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HD현대는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메탄올 추진 선박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 메탄올은 기존 벙커C유와 비교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의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여 준다.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로 만든 그린 메탄올을 사용하면 ‘탄소중립’도 실현할 수 있다.

수소 기술도 돋보인다. 지난해 12월 한국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수소 ‘혼소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엔진은 디젤 연료와 LNG·수소 혼합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해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HD현대는 올해 수소 비중을 더 높인 혼소 엔진 개발을 끝내고, 2025년에 완전한 수소 엔진을 개발해 육·해상 수소 생태계 구축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스마트조선소 전환과 자율운항 선박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에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해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 자율운항 분야 미래 기반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 내비(NeuBoat NAVI)’와 ‘뉴보트 독(NeuBoat DOCK)’을 올해 하반기 미국, 유럽 등에서 열리는 주요 보트 쇼에서 선보이고 본격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들 굴뚝 기업들의 변신은 빛을 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삼성·SK·현대자동차·LG그룹에 이어 5대 그룹 반열에 올랐다.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은 연초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8일 현재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에 이어 5위에 자리했다. 같은 기간 두산과 HD현대 주가도 약 40%, 13% 이상 올랐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