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늪' 빠진 韓…고금리에 가계·기업·정부 '트리플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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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0.03. 오전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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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부채비율 5년 만에 42.8%p 늘어…부동산·빚투 영향
정부부채도 큰 폭 증가…코로나19 시기 정부지출 급증 후폭풍


(CG)
[연합뉴스TV 제공]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박재현 박원희 기자 = 한국 경제의 가계·기업 부채가 초고속으로 불어나면서 리스크 관리에 경고등이 커졌다.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 부채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각 경제주체의 빚 부담이 불어나는 불가피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가파른 속도로 늘어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장기적인 고금리를 예고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더 큰 충격파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빚투'에 가계부채 급증…기업 부채도 급증세 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의 비율은 281.7%였다.

238.9%였던 2017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42.8%포인트가량 부채가 늘었다. 이는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전체 11위였지만, 가파른 상승세로 매년 순위가 올라가면서 지난해에는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주요국 가운데서는 일본(30.9%포인트)과 독일(18.3%포인트)의 민간부채 비율 증가폭이 높았다. 2017년 민간부채 비율이 225.3%로 한국과 비슷했던 영국은 5년간 30.4%포인트 줄면서 194.9%까지 떨어졌다.

한국 민간부채의 상승을 주도한 것은 가계부채였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92.0%에서 지난해 108.1%로 올랐다. 전체 순위도 7위에서 2위까지 상승했다.

5년간 증가 폭은 16.2%포인트로,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았다. 두자릿수 증가 폭을 기록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이 부동산에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시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영끌족'이 늘어나면서 전체 가계 부채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시기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주택담보 대출이 대폭 늘어난 것이 민간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주식을 비롯한 자산 시장 호황 국면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움직임도 부채를 끌어 올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내수 침체로 소득이 줄어든 겪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생계형 대출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도 2017년 147.0%에서 2022년 173.6%로 26.6%포인트 치솟았다. 룩셈부르크(38.0%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기업부채의 증가세는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기반으로 금융업종을 제외한 기업들의 총부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GDP 대비 기업부채는 2021년 기준 113.7%를 기록하면서 외환위기 당시의 108.6%를 넘어섰다.

BIS 통계를 인용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서도 GDP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한국이 지난해 4분기 기준 119.6%로 2019년 대비 18.3%포인트 상승하면서 비교가능한 국가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감소로 GDP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부채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집값에 허리 휘는 MZ세대…빚 증가속도 소득 3배'(CG)
[연합뉴스TV 제공]


정부 부채도 빠른 속도 증가…"정책 노력 절실" 정부 부채 역시 최근 5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0.1%였지만, 지난해에는 54.3%까지 올랐다. 5년 만에 14.3%포인트나 부채 비율이 증가한 셈이다.

코로나19 시기 큰 폭으로 증가한 정부 지출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적 불경기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내수 중심으로 빠르게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재난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을 늘린 것이 고스란히 정부의 빚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의 예산상 총지출 증가율은 2017년 3.7%에서 2018년 7.1%, 2019년 9.5%로 빠르게 상승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도 매년 9% 안팎의 지출 증가율이 유지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2020년 -5.8%, 2021년 -4.4%, 2022년 -5.4%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적자국채 규모 역시 2019년 34조3천억원에서 2020년 102조8천억원까지 늘어났고,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88조2천억원, 86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시기 나랏빚을 늘린 것은 한국뿐만은 아니다. 미국(15.2%포인트)과 영국(14.7%포인트)의 부채 증가 폭은 한국과 비슷했고, 일본(30.0%포인트)은 더 큰 폭으로 부채가 늘었다.

다만 이들 나라는 기축통화 보유국인 데다 절대적인 부채 규모도 한국보다 높아 증가폭만으로 단순 비교는 어렵다.

일본은 부채 비율과 증가 폭이 모두 크지만, 대부분의 국채를 자국 내에서 보유하고 있어 대외채무 비중이 높은 한국보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 부채의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증가율은 매우 빠른 상황"이라며 "부채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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