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아야 산다” 빅스텝 충격, 가계대출 18년만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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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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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첫 빅스텝의 ‘나비 효과’
기업, 회사채 위축 은행으로 몰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 대출이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계는 이자 부담 줄이기에 여념이 없는 반면 기업은 회사채로 돈을 구하기 어려워 은행에 손을 내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18년 만에 처음 감소하고 기업대출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첫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따른 나비효과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조2000억원 감소했다. 관련 통계 속보치가 작성된 2004년 이래 9월 기준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기타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 폭(-2조1000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000억원 증가했지만 그 폭은 2007년 9월(50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작았다.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은행을 제외한 보험 등의 가계대출 잔액도 1000억원 감소했다. 보험 잔액이 6000억원, 저축은행이 2000억원 각각 증가했지만 상호금융사와 여신전문금융사에서 5000억원씩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타대출은 총대출액 1억원 이상 차주에게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정착된 가운데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급감했다”면서 “주담대는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감소하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은 일시 상환이 몰리는 분기 말인데도 9조4000억원 증가했다. 2009년 통계 속보치 작성 이래 9월 기준 최대 폭이다.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각각 4조7000억원씩 증가했다.

이는 회사채 시장이 위축된 여파다. 금리 상승기가 길어질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비우량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이다. 9월 회사채 발행액은 6000억원 감소했다. 회사채 만기 연장이나 재발행 수요가 줄고 상환 요청이 들어온 결과다.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AA- 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28%로 국고채 3년물(4.19%) 대비 1.09% 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말(0.61% 포인트)의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회사채 가격에 해당하는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해 한계기업이 줄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 환경이 나빠져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은행 대출에 기대는 상황”이라면서 “한은이 금리 인상 고삐를 죄고 있어 빚으로 연명하던 좀비기업들이 퇴출되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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