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경기침체' 맞물려 미분양 해소되지 않는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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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01. 오후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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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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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다 1만3565가구 해법은…미분양 물량 1만가구 넘는 곳은 대구뿐
5년간 신규 8만5443가구…서울·부산보다 2배 더 많아
고금리 등으로 당분간 하락세 지속 전망…올해 3만6천가구 입주 악재


강에 퇴적물이 쌓이듯 주택 미분양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7만가구를 넘어섰고, 상황이 가장 좋지 않다는 대구는 지난해 하반기 1만가구를 돌파한 뒤 매월 증가 중이다. 공급 과잉에 경기 불황 등이 겹쳐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늘어만 가는 미분양 물량, 대구가 가장 심각

2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천359가구로 전월(6만8천148가구)보다 10.6% 늘었다. 특히 미분양 물량은 수도권(1만2천257가구)보다 지방(6만3천102가구)에 80% 이상 몰렸다.

대구는 미분양 물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 지난달 미분양 물량은 1만3천565가구로 수도권 전체 물량보다도 많다. 1만가구 이상 미분양이 난 지역은 대구뿐이다. 지난해 9월 1만가구(1만539가구)를 넘어선 뒤에도 매월 미분양 물량이 증가 중이다.

대구 내에서는 수성구(3천240가구)와 남구(3천83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남구는 지난해 2월까지 미분양 주택이 없었으나 하반기부터 급증했다. 수성구, 중구(1천94가구)와 함께 최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이유다.

이처럼 대구가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 현상이 경기 침체 시기와 맞물린 것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았는데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주택이란 상품이 팔리지 않고 쌓였다는 얘기다.

대구는 2016년 6천893가구, 2017년 2천925가구 수준이었던 신규 물량이 2018년부터 크게 늘었다. 2018년부터 신규 분양이 1만가구를 넘기는 등 2018년~2022년까지 5년 간 나온 물량만 8만5천443가구에 이르렀다. 이 기간 서울과 부산 모두 4만가구 수준이었다. 〈표 참조〉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대구는 오래 된 아파트가 많다. 이들 아파트가 최근 몇 년 간 대거 재개발에 들어가 공급 물량이 크게 늘었다"며 "여기다 금리 인상 여파에 경기 위축 현상이 겹치면서 거래심리가 악화, 미분양이 급증한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 등으로 당분간은 하락세 지속 전망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거 풀어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으나 미분양 물량은 쌓이고 있다. 공급은 넘치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탓이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거래 시장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부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1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988건으로 한 달 전(1천212건)에 비해 18.5% 감소했다. 작년 1월(1천237건)에 비해서는 20.1% 줄었다. 아파트 분양 청약 경쟁률도 낮다. 지난해 전국 평균 경쟁률은 7.7대 1 수준인데 대구는 겨우 0.5대 1에 머물렀다.

악재는 더 있다. 역대 최대 수준의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는 3만6천여 가구가 입주한다. 지난해 2만650여 가구가 입주한 점을 생각하면 70% 이상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새 주인을 찾는 입주 물량보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3~4년 전 분양가에 마이너스피(분양가보다 싸게 처분하는 거래)를 붙여 새 주인을 찾는 입주 물량을 사는 게 신규 분양 물량 중 고르는 것보다 이득"이라며 "입주 물량이 많으면 미분양이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분양 물량이 단기간에 해소, 부동산 시장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 전망하긴 어렵다. 이진우 소장은 "주택 시장 하방 압력이 너무 강한 상태다. 오죽하면 '집 없고 대출 없는 사람이 갑(甲)'이란 말이 나올 정도"라며 "내년 여름까지는 이런 상황이 확연하게 나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송 이사는 "당분간 미분양 물량 해소 기미가 없다. 바닥을 다지는 시기다. 반등 얘기는 시기상조"라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려면 '금리 하락'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그래야 시중에 자금이 돌텐데 현재로선 금리가 내리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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