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교통공사 감사실은 노조 간부들의 타임오프 활용 내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타임오프 제도는 노조의 조합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조합원 규모에 따라 시간 한도가 정해져 있다. 노조는 주어진 타임오프 시간만큼 간부 등에 배분할 수 있다.
실제 중앙일보가 서울시의회 윤영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교통공사 2023년 5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대상자 명단’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교노 소속 간부 중 파트타임 대상인 A씨는 이번 달 이틀간 17.66시간, 역시 파트타임 대상인 같은 노조 간부 B씨는 이틀간 17.34시간의 타임오프를 신청했다. 이들은 5월 중 정해진 일자에만 조합활동을 하고, 나머지 근무일은 정상 출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윤 의원 측이 이들이 소속된 사업소에 직접 문의한 결과, A씨와 B씨 모두 타임오프가 아닌 일자에도 사업소에 출근하지 않았다. 윤 의원이 제공한 녹취록에서 A씨가 근무하는 사업소 측은 “A씨는 사무일을 하시니까 (사업소에) 안 온다”고 밝혔다. B씨 역시 자신이 속한 사업소에 ‘노조 전임’이라고 말하고 출근하지 않았다고 윤 의원은 설명했다. 서교노 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통합노조에서도 이같은 악용 사례가 발견됐다고 윤 의원 측은 밝혔다.
윤 의원은 "구체적인 타임오프 일자를 특정하고 현장에서의 검증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된 것만 2건일뿐"이라며 "최종 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의심 사례는 이보다 더 많고, 지금도 추가로 더 많은 악용 사례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저한 전수조사를 통해 노조의 잘못된 관행과 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직원들은 4조 2교대로 돌아가는 근무에서 파트타임 노조 간부들이 정원(TO)만 차지하는 탓에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 직원은 “기성 노조 간부 중에 짧게는 3년, 길게는 30년도 회사를 안 나오면서 급여는 모두 받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안 그래도 현장에 늘 사람이 모자라는데, 인력난만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부 지적이 끊이질 않자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공사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있어서 감사실에서 복무점검과 병행해서 (타임오프 활용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근로시간면제를 신청한 일자를 제외하면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후보자도 지난 17일 열린 인사청문회장에서 “타임오프 제도가 제정된 취지에 맞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준수되는지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일련의 의혹 제기 및 감사 진행과 관련해 서교노 측은 중앙일보에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답변했다. 통합노조 측은 “(사측의 감사는) 노조 때리기로 지지율을 유지하려는 윤석열 정권에 발맞춰서 조합활동을 억제하려는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 3만800시간의 타임오프를 5개 노조(9호선 노조 2개 포함)가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 서교노가 2만3014시간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통합노조(6105시간), 올바른노조(1282시간) 순이다. 가장 조합원 수가 많은 서교노는 12명이 풀타임으로, 23명이 파트타임으로 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 통합노조는 3명의 풀타임과 6명의 파트타임을, 올바른노조는 1명의 파트타임만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