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헌신, 엄마같은 딸"…'반지하 참변' 장애인 가족 빈소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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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8.10. 오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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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활동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빈소 차리고 조문 받아
"환한 미소, 생활 어려운지 몰라…언니생활 때문 이사 못한 듯"
10일 오후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폭우 침수로 사망한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일가족 3명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2.8.1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박우영 기자 = "가족에게 늘 헌신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엄마같은 딸이었어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폭우로 침수돼 참변을 당한 일가족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빈소엔 세 사람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놓였고 조문객들은 이들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안타깝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일가족 중 둘째 딸인 홍모씨(47)는 9일 새벽 신림동 반지하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언니(48), 딸 황모양(13)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내린 많은 비로 인근 도림천이 범람하고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이들은 집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홍씨 자매의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화를 면했다.

홍씨에겐 어머니말고 남동생이 있지만 해외에 체류하다 귀국하는 길이어서 빈소를 꾸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홍씨가 생전 총무부장으로 활동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조합원들이 장례를 맡아 이날 오후 1시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상주는 김성원 지부장이 임시로 맡았다.

장례식장에는 이재명·유동수·윤미향·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이 보내온 조화가 세워졌다.

홍씨와 함께 노조 활동을 한 동료들의 주도로 오후 3시쯤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김 지부장은 홍씨에 대해 "항상 환한 미소로 밝게 생활했기 때문에 생활이 그리 어려운지 몰랐으며 언론보도에서 사고 소식을 접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밝은 미소 뒤에 알려지지 않았던 고단한 삶을 몰랐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지부장은 울먹이면서 발언을 이어 나가다 반지하의 주거 문제도 언급했다. 김 지부장은 "불의의 사고였지만 분명히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며 "반지하는 주거 목적에 적합하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주거 형태인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수십만명이 반지하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열하다 잠시 마음을 추스르며 발언을 시작한 김수현 사무국장은 홍씨 덕에 노조에 가입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항상 가족에게 헌신적이라고 생각했다"며 "늘 같은 시간에 가족과 통화하고 어머니와 언니에 대해 신경을 썼다"고 홍씨를 회상했다.

홍씨와 함께 활동한 최자연 지부장은 홍씨가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최 지부장은 "홍씨가 이사를 못 간 것은 언니의 생활반경이 다 신림동 주거지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홍씨의 딸에 대해 "딸이 엄마 같은 존재였다"며 "어른스러웠고 학교에서도 모범적으로 활동해 든든한 딸이라고 자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발달장애 가족 침수 사망 사건 현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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