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통해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지층에 사법당국의 영장 집행을 막아줄 것을 독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석방된 윤 대통령이 탄핵 선고를 앞두고 강경 보수층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내놓거나, 탄핵 반대 집회에 직접 참석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진짜 그런 일이 생기면 가뜩이나 위험 수위로 치닫는 보수-진보 진영 충돌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다. 다행히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법재판소 선고를 앞두고 대통령이 외부 활동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메시지를 내더라도 매우 절제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헌재의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은 외부 노출을 피하고 겸손한 자세로 선고를 기다려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정치권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지만 고비가 오면 여지없이 정쟁 본능이 튀어나온다. 비상이 걸린 민주당은 헌재 선고가 날 때까지 매일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이 수시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또 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스스로 사퇴하지 않을 경우엔 탄핵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상계엄 사태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게 민주당의 무차별적 탄핵 공세 아니었나. 국무총리·감사원장 등의 탄핵도 아직 수습이 안 됐는데 또다시 검찰총장을 탄핵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민의힘도 강경 일변도다. 이번 구속취소는 탄핵심판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국민의힘은 헌재를 향해 “사기 내란몰이가 드러났다”며 탄핵을 기각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여야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바람에 오늘 열릴 예정인 여야 국정협의회도 전망이 어두워졌다. 딱한 노릇이다. 경제엔 빨간불이 켜졌고 국제정세는 험난한데 추경·반도체특별법·국민연금개혁 등 주요 현안들은 국회에서 언제 통과될지 감감무소식이다. 아무쪼록 여야는 자중하고 산적한 민생 현안부터 챙겨야 한다.
헌재엔 큰 시련의 계절이다. 이럴 때일수록 헌법재판관들은 외부의 압력에 흔들림 없이 법리에 따라 공정한 결론을 내려 주길 기대한다. 양심과 역사에 비춰 부끄럽지 않은 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