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준의 일침] 月수입 300만원 男도 결혼해야

입력
기사원문
나현준 기자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30대 중반 A씨는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월 300만원 초반을 버는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다. 부모님 병간호 등으로 그동안 모은 돈이 많지 않은 A씨는 최근 지인과의 자리에서 비혼을 선언했다. A씨는 "나같이 돈 없는 사람은 혼인·출산을 할 자격이 없다"고 푸념했다.

통계를 봐도 A씨와 같은 저학력·중저소득 남성들은 결혼·출산을 생각할 여유가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소득을 3개층(상위·중위·하위)으로 나누고 2010년 대비 2019년 출산율을 비교해봤는데, 소득 상위층의 출산율이 24% 감소할 때 소득 하위층은 51% 감소했다. 여성들도 월 수입이 200만~300만원대인 중저소득 남성들을 꺼린다. 고소득 여성은 자신과 급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중저소득 여성은 자신도 처지가 불안정한데 중저소득 남성의 소득을 가지고는 결혼·출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3인 가족 월 300만원 중반대'로 사느니, 남성이나 여성이나 월 200만~300만원을 벌면서 혼자 살거나(비혼), 혹은 둘이 합해 월 500만~600만원을 벌면서 적당히 노후 대비하면서 즐기고 사는(딩크) 방안을 선택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안산 한 공단에 재직 중인 B씨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문재인 정부 때 시흥 장현지구에 3억원대로 분양받은 친구들은 집이 있으니 곧잘 결혼하고 애도 낳았다"고 말했다. 3억원 초반에 전용면적 55㎡를 분양한 장현 한 아파트는 주위 시세를 보면 벌써 4억원 중반이다. 만일 결혼할 때 둘이 합해 1억원을 모았으면 2억원 초반만 대출받으면 돼서 30년 만기 2.5% 금리를 적용할 경우 월 85만원만 내면 된다. 출산 후 일시적으로 외벌이를 한다고 해도 300만원 중반대로 충분히 '신축 아파트 삶'을 누릴 수 있고, 경단녀인 여성이 복귀할 경우 더 삶이 괜찮아진다.

일부 사례였지만, 수도권에 일자리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월 300만원 초반대 남성들이 노릴 만한 '3억원 초반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면 어떨까 싶다. 전용 55㎡(방 3개·화장실 2개) 기준으로 보면 3.3㎡(1평)당 1200만원대에 공급하는 것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개한 분양 원가를 보면, 서울도 3.3㎡당 1100만원대가 분양 원가다. 3기 신도시 경기도 외곽은 택지 조성비를 낮출 수 있기에 충분히 이보다도 더 저렴하게 분양이 가능하다.

정부도 이득이다.

그동안 택지 개발을 보면 평균적으로 분양 원가 대비 30~40% 부풀려서 분양을 해줬다. 가구당 1억원가량 차익을 보는 셈이다. 통계청의 조세·연금기여금·사회보험료 금액을 보면, 1명당 최소 1억3000만원을 세금 및 연금 등으로 낸다. 거기에 더해 생산가능인구로서 최소 20~30년간 노동력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싱가포르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시세 대비 3분의 1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우리는 분양 원가만 받고 '출산하면 신축 아파트'를 주면 어떨까. 월 200만~300만원 받고 혼자서 혹은 딩크로 서울 빌라에 사느니, 월 300만원대를 벌면서도 20평대 수도권 신축 아파트에 살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그 핵심엔 '3억원대 아파트'가 있다.

[나현준 증권부 기자]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