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줄이고 방향 바꾸고… 혹한기 생존법 찾는 유니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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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6.15. 오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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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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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토익’ 뤼이드, 사업방향 틀고 조직개편
사무실 옮기는 메쉬코리아, C레벨 영입한 스푼
스타트업 인수 적기 틈타 M&A로 몸집 불리기도

영어 학습 플랫폼 ‘산타’를 운영하고 있는 8년차 에듀테크 스타트업 뤼이드는 최근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사업 방향을 재조정하기 위해서다. 뤼이드는 그간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에 집중해 왔는데, 오히려 고객사 의존도가 높아지는 데 대한 우려가 나와 다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뤼이드 관계자는 “연말쯤이면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사업방향에 맞게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뤼이드는 대표적인 에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받으며 ‘제2의 쿠팡’으로 불렸다. 연간 매출액은 2019년 44억원, 2020년 49억원, 2021년 53억원으로 성장이 더디지만 순손실은 같은 기간 86억원→134억원→459억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어, 아직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단계다. 그러나 후속투자 유치가 불확실해지면서 뤼이드는 생존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뤼이드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외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기업가치가 낮고 투자 규모가 작아 오히려 투자가 활발해졌지만, 시리즈D 이상의 투자를 기다리는 기업의 경우 후속투자 한 번에 수백, 수천억원이 들어 투자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한때 유니콘으로 거론되던 기업들은 돈줄이 말라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서울 강남 본사를 경북 김천으로 옮긴다. 김천의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에서 신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7월 1500억원 시리즈E 투자를 받았는데, 물류센터를 잇따라 새로 지으며 종합 물류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월 1억5000만원의 사무실 임대료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됐고, 유정범 대표 등 최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급 퇴사도 이어졌다.

메쉬코리아는 KT, 신한금융투자, NVC파트너스와 신규 투자를 논의 중이다. 투자가 성사된다면 최대 4000억원가량이 모일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 투자 유치를 시도할 때만 해도 1조원으로 언급되던 몸값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메쉬코리아가 운영 중인 도심물류센터(MFC) 강남 1호점의 모습. /메쉬코리아 제공

라디오 방송 서비스 ‘스푼’을 운영하는 스푼라디오는 최근 C레벨 인사 3명을 영입했다.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말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실패한 뒤 자금 사정이 악화하자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경영진 연봉을 삭감했다. 직원 수도 30% 넘게 줄였다. 그러다 이달 들어 최고제품책임자(CP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새로 영입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부문별 대규모 채용도 진행 중이다.

인수합병(M&A)을 대안으로 삼는 기업들도 있다. 지난해 1000억원대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 5000억원 이상의 예비 유니콘으로 주목받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은 최근 현대차그룹에 인수됐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는 현대차그룹에 TaaS 본부장으로 영입됐고,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 경영권 93.2%를 4276억원에 인수했다.

반대로 지금이 기업 투자와 인수의 적기인 점을 기회 삼아 몸집을 불리는 기업들도 있다. 야놀자는 올 상반기에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인도의 호텔 설루션 기업 인키 인포시스템즈과 국내 티켓팅 설루션 기업 스마틱스에 인수조건부 투자를 진행했다. 종합 여가 플랫폼으로서 외형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밖에 토스는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했고, 직방도 삼성SDS의 가정용 IoT(사물인터넷)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감축에 따른 유니콘 기업의 가치 하락과 조직개편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특히 후기 스타트업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수익성 개선을 중심으로 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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