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업난, 빚더미에 “죽고 싶다”는 청년들, 손놓은 기성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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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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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했지만 청년층과 제조업 취업자는 감소한 가운데 13일 서울 광진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서 채용게시판을 살펴보는 구직자들./연합뉴스

8월 중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7만명 늘어나고, 실업률(2.0%)이 1999년 이후 최저를 기록하는 등 전체 고용 지표가 호전되는 듯 보이지만, 청년 고용 지표를 보면 사정이 딴판이다. 15~29세 청년 취업자가 1년 새 10만3000명이나 줄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두 달 연속 40만명을 웃돌고 있다. 대졸 실업자가 30만명을 넘어섰고, 대다수가 20~30대 청년일 것으로 추정되는 ‘취업 준비자’가 67만명이 넘는다. 20대 고용률은 61%에 그쳐, 고용률이 80%에 육박하는 40~50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취준생과 청년 실업자 급증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져 청년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 결과 대기업 10곳 중 6곳은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로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불확실성’을 꼽았다. 기업들이 예상한 올해 대졸 신규 채용 예상 경쟁률은 81대1에 달한다. 최근 취업 정보 기업이 대학생 1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생 10명 중 6명이 2학기 휴학을 고려 중이며, 그 이유를 49%가 ‘취업 준비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발버둥을 쳐도 대졸자 취업률은 67%에 그치고 있다. 취업률 통계 기준이 다소 다르지만, 대졸자 취업률이 97%에 달하는 일본과 대비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집에서 놀며 눈칫밥을 먹다 보니 “죽고 싶다”며 우울증을 호소하는 취준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청년 일자리가 줄고, 그나마 취업한 일자리마저 저소득 비정규직이 많아 취업 후에도 빚으로 연명하는 청년이 많다. 또 착실히 저축해 종잣돈을 모으기보다 빚을 내 코인·주식·부동산에 뛰어드는 청년이 많아 청년 세대 빚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30 세대가 은행과 2금융권에 진 빚이 514조원(2022년 말 기준)에 이른다. 3년 만에 110조원이나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부터 심화된 고금리·고물가가 청년들을 더 궁지로 몰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저소득·저신용 근로자에게 최대 2000만원씩 급전을 빌려주는 근로자 햇살론의 경우, 지난해 3조5000억원이 지원됐는데, 2030세대가 절반 이상을 빌려갔다. 더 이상 빚 감당이 어려운 청년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도 적지 않다.

청년 취업난과 과다한 빚은 동전의 양면이다.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야 빚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청년 고용에 걸림돌이 되는 정규직 과보호 고용 제도와 임금체계를 바꾸는 노동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데 기성세대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 대학 정원 조정은 교수 철밥통에 밀려 어렵기만 하다. 모든 개혁이 미뤄지며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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