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첫 파업 삼성전자노조 "파업 이유 묻지 않는 언론, 관심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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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이현국 부위원장 “삼성 위해 평생 희생해가며 일했던 노동자들…돈 요구하는 투쟁 아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이현국 부위원장.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다수 언론은 '일방적 비난'을 던지고 있다. 파업으로 삼성전자가 망하고 나라가 망할 것처럼 뽑히는 제목들에 노동자들이 파업까지 가게 된 맥락과 상황은 가려졌다. '삼성전자'라는 대형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정말 단순 노동자 때문일까. 삼성전자를 다니는 노동자들은 국가 경제를 위해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지난 16일 서면을 통해 인터뷰한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부위원장은 "삼성을 위해 평생 자신을 희생해가며 노력했던 노동자들이 파업까지 결정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인데 이를 물어오는 언론사는 극히 일부였다"고 했다. 또 이번 파업의 의미를 "단순히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닌, 노조원들을 삼성전자 구성원으로 인정해달라는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울어진 운동장… 다수 기자들 본질에 관심 없었다"

- 파업을 선언하면서부터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보도 방향이 한 쪽으로 쏠려 있다고 느끼나.

"물론이다. 수많은 언론, 특히 경제신문은 극도로 사측 입장에서 기사를 생산한다. 기자는 공정보도의 의무가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사실이 왜곡되고 사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담는 편향적 기사가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외신은 다르다. 외신은 사실에 입각한 현상만 건조하게 보도하더라."

▲ 네이버에서 '전삼노'로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들. 네이버 갈무리
- 언론이 기업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불만인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 보시는지.

"비율 자체가 기업의 경제 논리, 이익 구조에 따라 유지되는 언론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더욱 심각하게 느끼는 건 자극적인 제목들인데 기사를 요즘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보지 않나. 신속하긴 신속한데 자극적인 제목만 있는, 내용을 보면 결국 그 자극적인 내용이 전부인 '제곧내' 기사들이 많다. 일부 언론의 일탈이라고 하기엔 고민이 많이 든다."

- 지난 4월 '노조 모이자 1천 명' 행사(첫 단체행동) 당시에 삼성발 홍보성 기사가 어마어마했다. 조합원들과 집행부들이 그런 언론의 상황을 보며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1시간에 200개 이상 보도가 나왔다는 걸 알려주셔서 알았다. 행사 기획하고 진행하느라 바빠 모니터링하지는 못했는데 기사 생산량이 엄청 많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조합원들도 많이 놀라셨다."

▲ 지난 11일 나온 서울경제 사설.
-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반도체 업계 상황이 안 좋은데 혹은 회복 기미가 있는데, 파업을 하다니 '이기적'이라는 시각이 대세인 것 같다. 실제 이렇게 생각하는 대중도 많지 않을까.

"마치 고액 연봉을 받는 삼성 직원들이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돈을 더 올려달라고 떼를 쓰는 것처럼 묘사하는 기사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기사를 쓴 기자들은 우리의 요구사항이나 파업의 의미를 묻고 확인하지 않는다. 관심 없이 그저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해 사람들 관심을 끌고 자신들의 이윤만 추구하는 것 같다."

최악의 기사는? '전삼노 6.5% 임금 인상 요구' 보도

- 한때 '노조 6.5% 임금인상 요구'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사측이 5.1% 임금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6.5%를 버텨 파업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주요 주장이었다. <반도체 겨우 살아났는데… 삼성전자 노조 쟁의 '몽니'>(4월9일 파이낸셜뉴스), <억대 연봉 삼성 노조 "月 10만원 더달라" 몽니>(4월18일 매일경제) 등의 기사는 신문윤리위로부터 제재 결정도 받았다.

"명백히 잘못된 보도다. 조합에서 요구하는 건 0.5%p 추가 인상이다. 이를 환산하면 월 3만 4500원 수준이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들이 요구하는 건 근본적으로 임금 인상이 아닌 노동조합 그 자체의 인정이다. 파업을 하면서 '정말 너무하다' 싶은 보도가 많았지만 최악은 전삼노가 6.5% 인상을 요구했다는 보도였다. 조합에서 공식적으로 그런 내용을 내보낸 적이 없다."

▲ 사내 파업 중인 조합원들. 전삼노 제공
- 노조가 삼성전자의 회복을 막고 있다는 기사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7일 기사에서 "수년간 선두주자를 지키다 최근 기술 리더십을 잃은 삼성전자가 직면한 많은 문제에 비해 노조 파업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애널리스트 인터뷰를 인용하기도 했다.

"조합은 늘 '삼성전자의 영원한 발전을 염원한다'고 말한다. 회사가 성장해야 우리가 빛이 나는 너무나 당연한 공식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삼성을 세계 1등으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만들 자신도 있다. 역사를 통해 증명해왔지 않나. 그런데 사측은 이 힘을 낼 수 없도록 노동자들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예컨대 작년의 마이너스 성장은 노동자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닌 최고 경영자들의 잘못된 선택(HBM 개발 포기)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항상 경영자들이 수립한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준의 생산, 개발 목표를 항상 충족시켜왔다."

돈 더 많이 달라는 파업? 구성원 인정해달라는 투쟁

- 자극적인 기사들 속에 삭제된 전삼노 파업의 '의미'가 있다면.

"삼성을 위해 평생 자신을 희생해 가며 노력했던 노동자들이 파업까지 결정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물어오는 언론사가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의 언론이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몇 명이냐 조합원 수는 몇 명이냐 등 본질과 거리가 먼 것들만 물었다. 우리의 파업은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투쟁이 아니다. 우리를 삼성전자의 구성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투쟁이다."

▲ 사내 파업 중인 조합원들. 전삼노 제공
- 지난 3월 반올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관련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삼성 배터리·핸드폰 생산 과정의 생식독성물질 사용과 노동자 정신·신체 질환 등 노동안전 실태가 심각하다는 내용인데 관련한 후속 내용이 있나.

"사실 반올림 보고서는 빙산의 일각이다. 조합에서 준비하고 있는 기획 기사엔 훨씬 더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관련 기사 : '삼성 노동자 건강 적신호' 기사, 삼성 반박 '받아쓰기' 기사에 밀려났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조가 설립된 지 5년이 지났는데 아직 제대로 된 교섭을 한 적이 없다. 사측은 늘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조합이 수용하지 않으면 노사협의회를 통해 발표하면서 노조를 의도적으로 패싱해 왔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교섭 진행 중에 조합 교섭을 무시하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과 복지 조정을 발표했다. 결국 2023년 교섭은 체결되지 않은 채 2024년 임금교섭을 맞이했다."

"결정적인 건 휴가 확대 문제였다. 노조는 교섭 재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측의 2023년과 2024년 교섭 병합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때 사측은 병합 진행 시 휴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2023년 임금교섭에서 모든 걸 양보하고 휴가 제도 개선, 재충전 휴가 1일 확대로 마무리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사측은 이 약속을 '서초동(삼성전자 사업지원 TF)에서 반려했다'는 이유로 약속을 어기게 된다. 이후 교섭 진척도 없고 추가 대화에서도 휴가 제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맥락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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