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노총 간부, 국보법 위반 혐의 목사 접촉… 北지령 전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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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24. 오후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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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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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국장이 작년말 9차례 연락
당국 “北, 종교계까지 침투 시도”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민주노총 조직국장이 북한 공작금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받는 A 목사와 지난해 말 총 9차례에 걸쳐 통화와 문자메시지로 접촉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국정원은 민노총 조직국장이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부부장(차관보)급 공작원인 리광진의 지령을 받고 A 목사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한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북한 공작원이 ‘적발된 지하망 동태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취지의 지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보 당국은 북한 공작원이 제도권 노조와 시민 단체뿐 아니라 종교계 침투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 연계 혐의 지하조직망

복수의 안보·수사 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민노총 조직국장은 지난해 10~11월 A 목사와 통화, 문자 교신 등 총 9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조직국장과 A 목사 모두 제3국에서 각각 북한 공작원 리광진을 수시간에 걸쳐 접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직국장은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A 목사는 2015년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각각 리광진을 만났다. 특히 A 목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리광진에게 미화 1만8900달러 상당의 공작금을 받고, B 목사와 함께 북한 공작원과 회합·통신하고 북 체제를 찬양·선전한 혐의 등으로 체포된 인물이다. B 목사는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5년 12월 기소돼 2017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A 목사는 북한 공작금 관련 기소가 늦어져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어 작년 말 민노총 조직국장과 접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민노총 조직국장이 재판 중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와 작년 말까지 접촉하는 대범성을 보였다”면서 “적발을 감수할 만큼 급히 상의할 일이 있었거나, 국내 방첩·대공 수사망이 약해졌다고 보고 연락한 것 같다”고 했다.

국정원은 민노총 조직국장이 A 목사와의 연락에서 지하망 조직원의 국가보안법 재판 상황 등을 물어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조직국장이 한 달여간 9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연락한 것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무언가를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노총 조직국장이 북한 공작원 리광진에게 ‘국정원에 적발된 지하망 동태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취지의 지령을 받고 A 목사에게 연락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최근 적발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이런 형태의 북한 지령이 빠짐없이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A 목사가 재판 중이어서 북한 공작원의 직접 접촉이 어려워지자, 민노총 조직국장을 통해 재판 상황 등을 파악하려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18일 민노총 본부 사무실과 조직국장 거주지 등을 압수 수색해 확보한 증거물에서 이와 관련한 정황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은 이르면 내달 중순 민노총 조직국장을 비롯해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제주평화쉼터 대표 등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국장은 2017년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 리광진을 만났을 때 노동당에 입당했을 것이란 의심도 받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제도권 노조, 시민 단체뿐 아니라 종교계 인사까지 접촉한 정황이 드러나자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A 목사의 북한 공작금 사건과 관련된 B 목사의 경우 지난 2011년 4월 중국 다롄의 올림픽광장 한 기념탑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만나 국내 정세를 보고한 혐의 등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B 목사도 북한 공작원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라피’를 이용해 지령과 보고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판결문을 보면, B 목사는 ‘2013년 국정원 대선 비리 사건 관련 대응 추진 상황, 조직 모임 진행 상황, 민심 동향 보고와 관련된 각오’ 등이 기재된 대북 보고문을 작성한 뒤 스테가노그라피로 암호화해 북에 보냈다고 한다. 스테가노그라피는 모나리자 같은 그림에 메시지를 숨겨 넣는 스파이들의 교신 수법이다.

안보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민노총 조직국장은 지난해 A 목사뿐 아니라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간첩단 일원인 지역 인터넷 매체 대표에게도 통화 및 문자 연락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터넷 매체 대표도 북한 공작원 리광진의 관리를 받는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이 수사 중인 민노총 전직 간부인 제주평화쉼터 대표도 지난해 제주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인 ‘ㅎㄱㅎ’의 노동 담당 조직원과 전화 연락을 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사받고 있는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이미 적발된 ‘충북동지회’와 ‘제주 ㅎㄱㅎ’ 등 간첩단 혐의 관계자들과 연락해 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최근 수사 중인 국보법 위반 사건들의 줄기를 당겨보니 서로 연결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사건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고 했다.

☞목사 국보법 위반사건

목사 2명이 2015년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 공작원 리광진 등과 만나 공작금 1만8900달러를 받고 북 체제를 찬양·선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건. 한 목사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다른 목사는 불구속 기소돼 아직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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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보도] ‘민노총 간부, 국보법 위반 혐의 목사 접촉’ 관련

본지는 지난 1월25일자 A1면에 ‘민노총 간부, 국보법 위반 혐의 목사 접촉’이라는 제목으로 B목사가 북한 공작원과 회합·통신하고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북 보고문을 작성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B목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간 적이 없고, 북한 공작원과 통신관련한 부분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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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wo Koreas correspondent & Author of "the Secret of Israel military forces(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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