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돌반지부터 메달까지…IMF에도 안 판 '금' 내놓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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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06. 오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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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금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갖고 있던 금붙이를 시장에 내놓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추억이 깃든 돌반지부터 훈장 같은 메달까지, 오늘(6일) 밀착카메라는 금붙이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입니다.

불황에 금값은 오르면서 금붙이를 내다 파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직접 둘러보겠습니다.

금값을 물어보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금은방 직원 : {오늘 시세가 얼마예요?} 반지는 한 돈에 29만 9천 원에 매수하고요.]

최근 금 한돈을 사려면 35만 원 넘게 듭니다.

10년 전보다 50% 넘게 비싸졌습니다.

한 중년 여성이 30년 넘게 간직한 금반지를 팔러왔습니다.

[정모 씨 : 남편 (군 장교) 임관할 때 가지고 있던 반지예요. 여유 자금으로 가지고 있으려고요.]

80대 노부부는 중년이 된 아들이 돌일 때 마련한 금붙이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반백년을 함께 한 물건입니다.

[허모 씨 : 우리는 그때도 (1997년 외환위기)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 안 했어요.]

[박모 씨 : 그때도 많이 망설였어요. 이제 (팔) 마음이 있어서 왔는데 또 놓으려 하니 아깝잖아요. 장장 50년에서 지금까지.]

하지만 고민 끝에 결국 팔기로 맘먹었습니다.

[허모 씨 : (경기가) 힘들죠, 뭐 집안도 그렇고 다 일가 친척들도.]

구둣방에 금이빨을 파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문모 씨/구둣방 운영 : (팔면) 5만원…90%는 어르신이지. 쓰레기통에 버려서 찾아오는 할머니 있어.]

이렇게 전국의 금은방에서 사들인 금붙이가 모이는 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금은방에서 넘긴 금붙이들을 감정하고 있습니다.

작업 한 시간 만에 돌반지로만 한 상자가 가득 찼는데 무게를 재보면…1킬로그램이 넘습니다.

시가 약 1억원 가까이 됩니다.

한 직장에서 평생 몸담았단 훈장과도 같은 근속 메달도 눈에 띕니다.

밀려드는 금붙이에 일손은 부족합니다.

[이준성/금거래소 직원 : 제가 원래 맡은 업무 자체는 아닌데 워낙 매입량이 늘어나다 보니까 함께 검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야근하는 횟수도 종종 늘어나고…]

이 업체에서만 최근 3주 가까이 350킬로그램이 넘는 금을 사들였습니다.

금값만 오른 건 아닙니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은값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결혼 때 장만한 은수저를 내다파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솟는 금값에도 상인들은 웃을 수 없습니다.

금을 파는 사람은 많아도, 사는 사람은 적기 때문입니다.

귀금속 거리 뒷골목입니다.

가게 앞엔 임대 안내문이 붙었고 진열장은 텅 비었습니다.

불경기에 결혼 예물을 사러 오는 손님은 점점 줄고, 이마저도 백화점에 뺏겼습니다.

[귀금속 상인 : 있는 사람들은 명품을 하고 백화점에 티OO 같은 데서 하고…]

금붙이에 담긴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절절했습니다.

치솟는 금값에 돌 반지를 비싸게 팔고도 이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원섭·김대현 / 영상그래픽 : 김영진 / 인턴기자 : 김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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