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조국과 이재명에게 ‘호소’하는 송영길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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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09. 오후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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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현 정부 공격 위해 태블릿PC 조작설 올라타… 일부 강경 우파도 화답
뜬금없이 노회찬 묘소 방문… “그가 후보였다면 대선 단일화…” 민주당 강경 지지층에 호소
급기야 조국·이재명·자신 엮어 3대 수난사로 서사 재창조까지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6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을 시도한 뒤 거부당하자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지금은 탈당해서 풍찬노숙하는 신세지만 송영길은 당대표까지 지낸 민주당의 대표적 정치인이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그는 연세대학교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으로 활동 중 제적된 후 인천에서 용접공, 택시노조 활동가로 일했다. 이후 ‘젊은 피’의 대표 격으로 만 37세에 금배지를 달았다. 여기까지는 운동권의 모범 같은 이력이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보통 386과는 다르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사법고시로 방향을 전환해 2년 만에 합격한 변호사인 데다가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학구파로 불렸다.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고 중국, 프랑스, 러시아 주요 인사들과도 교분이 깊다. 한·러 관계가 좋던 시절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를 포옹하면서 “나의 친구”라고 불렀을 정도다. 본인 포함 6명의 형제자매 중 네 사람이 고시에 합격한 집안으로 호남의 명문가로 꼽힌다.

이런 그에 대해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송 선배는 우리네 같이 전형적인 학생운동권 출신 대표 선수에다가 호남 태생으로 집안도 좋고 스펙이 뛰어나서 DJ가 픽업한 전문가를 합쳐놓은 격이다. 두 사람 몫이다”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재선 의원 시절 집권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3선 의원으로 올라선 이후엔 최고위원을 거쳐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4선 의원 때는 문재인 대선 후보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고, 5선 의원이 되어선 당대표로 대선을 진두지휘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대선 패배,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내리막길을 걷더니 이젠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검찰 소환을 스스로 촉구하는 신세가 됐다. 본인은 억울해하고 있다. 인지도도 낮은 중·하위 당직자 출신 몇의 녹음 파일을 근거로 몇 년 전 전당대회에서 벌어졌던 일을 검찰이 들쑤신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제기되는 의혹대로라도 엄청난 뭉칫돈이나 대가성 이권 개입이 오간 것도 아니라고 주변에 말했단다. 그래서 초반엔 당 안팎에서 동정론도 적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조기 귀국하고 탈당의 결정을 내릴 때는 더 그랬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송 전 대표는 전방위적으로 반격을 가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검찰과 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 중 하나인 태블릿 PC 조작설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그는 “태블릿 PC 조작 의혹을 받는 핵심이 윤석열, 한동훈, 이원석 이런 분들 아닌가”라며 국정 농단 수사와 탄핵의 정당성을 공격했다. 문제는 ‘촛불’과 ‘탄핵’이 민주당의 존재 기반이자 정체성이라는 점이다. 검찰에게 손상을 입히려면 그런 것 따윈 문제없다는 식이다. 그러자 한동훈 장관 자택 앞에서 ‘태블릿 진상 규명’ 시위를 벌이고 있던 일부 강경 보수 인사가 화답하고 나섰다.

이것을 ‘우돌’이라고 칭한다면 다음은 ‘좌충’이다. 뜬금없이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의 노회찬 전 의원 묘소를 참배한 후 본인의 SNS와 방송 출연을 통해 지난 대선 국면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아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어 준 것이고, 만약 노회찬 전 대표가 정의당 후보였다면 단일화에 응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애잔한 마음이 앞선다”고만 반응했다. 이런 이야기는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지만 강경 지지층은 거리낌 없이 설파하는 논리다.

이런 좌충과 우돌은 새로운 서사를 구성한다. 그는 지난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흥분한 목소리로 “동양대학교 최성해 한 사람을 가스라이팅해서 조국 전 장관을 죽이고 그다음에 유동규라는 이 이상한 사람을 계속 검찰에서 가스라이팅해서 이재명을 죽이려고 그러고 또 이정근의 이런 신빙성 없는 녹취록으로 송영길을 죽이려고 하는 이런 비겁한 정치 기획 수사를 중단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태초에 검찰에 조국이 억울하게 화를 입었고 그를 지키지 못해 이재명이 화를 입고 있고 이제 송영길 차례라는 3대 수난사인 셈이다. 김대중도 노무현도 심지어 문재인도 없는 이 독창적 서사는 조국 전 장관과 이재명 대표를 향한 반(反)검찰 동맹 제안으로 해석된다. 검찰과 당장 전면전을 펼치고 총선에서도 세 사람의 명예 회복을 내걸고 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림이다.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민주당 입장에서도 어이없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출마설에서 나아간 신당 창당설의 주인공이 된 조 전 장관 입장에선 솔깃할 수 있겠다. 이재명 대표에게도 ‘옵션’이 하나 생긴 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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