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직원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 갖다놓은 SPC…불매운동에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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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20. 오후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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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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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례품이라며 빵 두 박스 놓고 가
"일괄적으로 나가는 경조사 지원품"
누리꾼들 "빵 만들다 죽었는데 빵을 주나"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숨진 사고로 논란이 일고 있는 SPC 그룹이 파리바게뜨 빵을 경조사 지원품이라며 빈소에 두고 간 사실이 드러나 불매여론에 불이 붙고 있다.

20일 오전 경기도 평택 장례문화원에선 지난 15일 평택 SPL 제빵공장서 사망한 A(23) 씨의 발인 절차가 마무리됐다. 유족은 A 씨 시신을 화장한 뒤 천안추모공원에 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날 '한겨레'와 '민중의소리' 등 보도에 따르면 SPC 그룹 측은 지난 16일께 A 씨의 장례식장에 파리바게뜨 빵 두 박스를 놓고 갔다. 박스의 겉에는 파리바게뜨 로고가 찍혀 있었으며, 내용물은 땅콩크림빵과 단팥빵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유족은 한겨레 취재진에게 "16일 처음 빵을 발견하고 장례식장 직원들에게 '누가 이 빵을 갖다 놓았냐'고 물었는데, '회사에서 답례품으로 주라고 갖다 놓았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어 "장례식장 직원들은 회사에서 주라고 하니까 (조문객들에게) 나눠줬다고 하더라"며 "우리 아이가 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숨졌는데 이 빵을 답례품으로 주는 게 말이 되냐"고 분노했다.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정황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매체 민중의소리 기사는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크게 확산되며 파장을 낳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빵을 만들다 사고로 죽었는데 빵을 선물하다니", "사실상 고인을 능욕한 것이다", "분위기 파악이 안 되나" 등 공분이 일고 있다.

논란에 대해 SPC 그룹은 회사 방침에 따라 경조사 지원품을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PC 관계자는 한겨레를 통해 "SPC 직원이나 그 가족이 상을 당하면 일괄적으로 나가는 경조사 지원품 중의 하나"라며 "다른 회사에서 떡 내놓고 숟가락 제공하듯 일괄 나가는 그런 품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빵공장서 빵의 재료를 만들다가 사고사를 당한 직원의 장례식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품목이 세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단팥빵 자체가 장례 지원품목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에선 팥이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어 제사상에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 관계자가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A 씨는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께 SPC 그룹 계열사인 SPL의 평택 소재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공장 측은 A 씨가 사망한 바로 다음날인 16일 사고 현장에 천을 둘러 놓은 채 다른 기계에서 작업을 진행했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에게는 뒤늦게 휴가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 계열사 목록.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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